자민당 압승에 다카이치 국정운영 '날개'…"경제·안보 대전환"
'적극재정' 기조 아래 정부 지출 확대 전망…소비세 감세는 미지수
정보기관 신설·살상무기 수출 추진 예상…'비핵 3원칙' 개정 가능성도
- 김지완 기자
(도쿄=뉴스1) 김지완 기자 =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압승이 확실시되면서 취임 100일을 조금 지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국정 운영에 막강한 동력이 더해지게 됐다. 취임과 함께 주장해 온 적극적 재정 운용이나 방위력 강화 등 경제·안보 측면에서 다카이치표 정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날 NHK방송 등 현지 언론이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은 총 465석 중 274~32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28~38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와 합치면 전체 302~366석을 확보하게 된다.
해산 전 중의원에서 자민당과 유신회가 합해 절반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말그대로 압승이다.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233석)을 훌쩍 넘는 성적이다.
나아가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 이상을 얻으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고, 자민당 의석이 과반에 못 미치는 참의원에서 부결한 법안도 재가결할 수 있다.
자민당은 지난 2012년과 2014년, 2017년 중의원 선거에서 공명당과 함께 310석 이상을 확보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조기 해산과 이번 선거의 명분으로 "정책의 대전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받기 위한 것"임을 내세웠다.
기존 의석 구도로는 자신의 정책을 힘 있게 펼칠 수 없는 만큼 국민의 신임을 다시 얻어 이를 바탕으로 그간 내세운 정책을 강력하게 실행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이번 선거의 압승으로 향후 경제와 안보 정책 등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일본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가 내세운 '책임 있는 적극 재정' 기조하에 정부 지출을 대폭 늘릴 전망이다.
그는 이번 선거 공약으로 식료품 소비세(8%)의 2년간 한시적 면제, 에너지 및 가솔린 보조금 지급, '전략적 위기 관리·성장 투자'라는 기조 하의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등 17개 전략 분야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내걸었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민심을 달래는 동시에 일본의 산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소비세 감세 공약을 실제로 이행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기간에 소비세 감세 공약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소비세 감세 공약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책임 있는 적극 재정' 정책을 부각했다.
그는 소비세 감세로 인해 발생할 연간 5조 엔(약 47조 원) 정도의 세수 감소분에 대한 대체 재원 확보 방안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일본의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금리가 오르면 일본의 막대한 재정적자 우려가 커져 엔화 매도에 따른 엔화 약세가 촉발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우려로 인해 총리관저와 일부 각료 사이에 소비세 감세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안보 정책의 변화도 있을 전망이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지난해 10월 연립정권을 출범시키면서 스파이방지법 제정, 대외정보청 창설, 무기 수출 5유형 폐지,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평화헌법 개정 등에 합의했다.
무기 수출 5유형 폐지는 현재 제한된 5가지 목적(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을 없애 살상 무기 수출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
스파이방지법은 1985년 자민당이 추진했다가 폐기됐던 법안으로, 당시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하는 '국가 기밀'의 범위가 무제한 확장돼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염두에 둔 국가정보국(대외정보청) 역시 현재 일본의 정보기관인 내각정보조사실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돼 국민을 감시하는 기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3대 안보 문서' 또한 개정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3대 안보 문서 중 하나인 '국가안전보장전략'에 명시된 '비핵 3원칙'의 개정 여부에 주목이 쏠린다.
비핵 3원칙은 지난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국회 답변을 통해 밝힌 "핵을 가지지 않고, 만들지 않고, 들여오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024년 편저서 '국력연구'에서 '핵을 들여오지 않는다' 원칙이 "미국의 확장 억제 제공을 기대한다면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국가안전보장전략의 "비핵 3원칙을 고수한다"는 문구를 계승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가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자민당과 유신회의 합의 사항 중 하나인 개헌안 발의는 중의원뿐만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의 의석이 필요하다. 참의원에서는 자민당과 유신회 의석을 합쳐도 3분의 2에는 달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의원에서 310석 이상을 확보해도 당장 개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평화헌법 개정이라는 목표를 향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상징적인 차원에서 시간을 두고 국제 정세와 여론을 감안해 가며 '자위대 명시' 등을 반영한 개헌안을 중의원에서 우선 논의해 나갈 가능성도 있다.
gw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