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한파 日교수 "자민당 대승에도…한일 우호 유지될 것"

기무라 고베대 교수, 8일 총선 자민당 압승 전망…'우경화 전망'에 신중
"日, 국제정세상 韓에 강경할 여유 없어…다카이치, 야스쿠니도 안갈 것"

4일 일본 효고현 고베대 대학원의 기무라 간 국제협력연구과 교수가 고베대 연구실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2.04/뉴스1ⓒ News1 김지완 기자

(고베=뉴스1) 김지완 기자 = 오는 8일로 예정된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가 한일관계는 물론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갈등, 나아가 동북아시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이 쏠리고 있다.

일본 고베대 대학원의 기무라 간 국제협력연구과 교수는 자민당이 대승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이후에도 한일 양국은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무라 교수는 4일 오후 효고현의 고베대 연구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선거 뒤에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한국을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양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라고 진단했다.

기무라 교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세종연구소, 고려대 등 여러 국내 교육·연구기관에서 근무한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 중 한 명이다.

아래는 기무라 교수와의 일문일답.

"자민당 대승 예상…日 보수세력 얼마나 강한지 증명할 선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일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에서 열린 조기총선 유세에 참석했다. 2026.2.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이번 중의원 선거 판세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으며 결과는 어떨 것으로 전망하는가.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가 얼마나 자민당 지지로 이어지는지,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결성한 '중도개혁연합'(중도)이 얼마나 지지를 얻는지다. 결과적으로 선거는 자민당의 대승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중도의 참패는 명확해 보인다. 이를 통해 일본에서 야당과 리버럴(liberal·진보) 세력이 이기기 얼마나 어려운지, 일본에서 보수 세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다.

-정권 교체가 비교적 잦은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1955년 이후 두 차례를 제외하면 대체로 자민당 중심의 장기 집권이 이어져 왔다. 구조적 요인이 있나.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국민들은 이를 큰 변화로 인식한다. 그러나 일본은 정권을 바꿔서 나라가 좋아진 적이 없다. 지난 1993년과 2009년 일본에서 각각 비(非)자민당 연합과 민주당에 의한 정권교체가 있었을 당시 기대감이 높았으나, 실제로는 변한 것이 없었다.

'안정성 선호'라는 일본 사회 특수성도 있다. 일본은 실업률이 낮고 취업률도 높다. 즉, 풍요롭지는 않지만 눈앞의 위기가 있는 것도 아닌 안정적인 국가다. 한국만 봐도 가장 최근에는 비상계엄 선포가 있지 않았나. 일본은 2009~2012년 민주당 집권 시기 정치적 혼란이 계속됐으며 대지진도 있었다. 반면 자민당 집권 시기는 적어도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크다. 자민당의 정치 안정을 바꿔 말하면 일본인의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준다.

-다카이치 총리는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0%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다른 야당도 소비세 완전 철폐 등 감세 공약을 내세웠다. 이렇게 세금 인하나 폐지 같은 공약이 이번 선거에서 부각되는 이유는?

▶과거 일본은 세금을 줄이면 재정이 어려워진다는 인식이 다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재정 확장 등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을 더 펴면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늘어난다는 일종의 '슈퍼 인플레이션 정책' 논리로 전환했다. 이렇게 하면 방위비 증액도 감당할 수 있다는 논리로도 이어진다. 야당이 이에 반대하고 증세를 주장하면 지지를 잃는 상황으로 몰린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다카이치 총리를 '여자 아베'라고 불리고 그를 '내셔널리스트'로 인식하는 것 같지만, 이런 측면에서 사실 그는 포퓰리스트에 가깝다. 장기적 안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인기를 얻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소비세 공약에서 드러나듯 고물가 등 경제 문제가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것 같다. 또 다른 쟁점이 있다면.

▶외국인 문제 등이 있겠지만 그렇게 크진 않다. 압도적인 관심은 경제, 감세, 복지 등이다. 중일관계도 중요하며, 이는 야당의 약진을 막는 요인이기도 하다. 중국이 강경해질수록 일본에서는 반중 감정이 강해지며, 그럴수록 야당 지지율은 떨어진다. 중국과의 긴장은 자민당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日, 한일관계 악화시킬 여유 없어…국제정세 변화는 변수"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13일 일본 나라현 회담에서 푸른색 유니폼을 함께 착용하고 즉석 드럼 협주를 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드럼 스틱을 선물하고, 즉석에서 드럼 연주 방법을 직접 설명하며 합주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 2026.1.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둘 경우, 한일관계와 중일관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한국에서는 자민당의 대승이 대외정책 기조에서 '우경화' 행보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제 정세가 불리하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강경책은 일본에서 거의 생각할 수 없다. 중일관계도 결정적인 지점까지 나빠질 수는 없다. 그럴 여유가 없다.

선거 이후 일본의 외교정책 관련해서 3개의 시나리오가 있다. 중도가 이기면 중국과 유화 정책을 펴고, 한국과는 지금과 같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거리를 둘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자민당이 대승을 거두고 지금의 외교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극우 성향의) 참정당 등이 약진하는 경우다. 이렇게 될 경우 자민당도 더 강경한 외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자민당의 승리가 압도적이면 다카이치 총리가 극단적 의견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다. 한일관계에서도 우호 관계 유지가 1순위 목표일 것이다. 중일관계는 4월 미중 정상회담 전까지 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어떤 합의를 맺을 것 같으면 다카이치 총리는 그걸 핑계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할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는 안 갈 것 같다.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로, 야스쿠니에 애착을 가진 아베와 달리 야스쿠니에 별다른 추억이 없다. 오는 22일 일본 시마네현에서 열리는 '다케시마(일본이 일방적으로 독도를 부르는 명칭)의 날'이 문제인데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행사를 치를 것 같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의 효과가 사라지지 않도록 이 문제로 도박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4일 일본 효고현 고베대 대학원의 기무라 간 국제협력연구과 교수가 고베대 연구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2.04/뉴스1ⓒ News1 김지완 기자

-이재명 대통령 및 다카이치 총리 집권 이후 한일관계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순항해 왔다. 이런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선거 외에 한일관계에 영향을 끼칠 변수는.

▶지금 국제 정세에서 한일은 서로 잘 지내는 것 외에 외교적 선택지가 없다. 한일관계가 좋았을 때는 양국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나쁠 때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사실 IMF 위기 직후에 있었다. 당시 한국은 물론 일본도 경제 상황이 어려웠다. 지금도 양국의 주변 상황이 나쁘니 잘 지내는 것이다. 특히 양국 정상에게는 퍼포먼스를 하기 쉬운 상황이며, 이는 두 사람 모두에 윈-윈(win-win)이다. 반면 국제 정세가 변화하면 양국은 협력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결국 제1의 변수는 국제정세다.

국제정세에서 한일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3개의 변수가 있다. 먼저 미국이다. 미국이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 일본은 한국에 미·일과 연대해 중국을 더 강하게 견제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한국으로서 이를 받아들이기 힘드니 한일 양국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두 번째 요소는 북한이다. 만약 북미 대화가 재개되고 다카이치 총리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대화하면 한일 협력은 어려워질 수 있다.

마지막 요소는 중국이다. 중국이 일본에 압력을 강화하면 한국에 올바른 편에 설 것이라고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시 주석은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한국이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이 또한 한일 양국의 잠재적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한일 간의 역사 문제에 대해 일본 언론은 사실 관심을 잃었다.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한국 법원의 재판이나 판결 역시 보도하지 않는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