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호품 나눔현장에 "불법집회 해산"…정부비판 대학생 체포
中, 2019년 시위 재현 우려에 반중행위 엄벌 경고…로이터 "中의 홍콩 장악력 시험대"
진상규명 요구 온라인서명운동 벌인 마일스 콴, 선동 혐의로 붙잡혀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홍콩 고층 아파트단지 화재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구호 활동에 나선 시민들은 난데없이 해산 명령을 받았다. 음식과 의복을 나눠주고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활동에 현지 당국이 '불법 집회'라는 딱지를 붙이면서다.
국화가 수북이 쌓인 추모 현장 주변에는 경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순찰을 하고 있다. 추모 분위기가 자칫 반정부 시위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당국의 경계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과 홍콩 당국이 추모 열기가 반정부 여론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소 12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참사 직후 홍콩 시민들은 놀라운 조직력으로 구호 활동에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은 음식과 의복 등을 모아 임시 대피소에 머무는 이재민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봉사자들의 구호 활동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자원봉사자들이 화재 현장 인근 공공주택 단지 연단에 설치한 임시 물자 보급소를 비우라고 명령했다. 결국 구호를 위해 모인 시민들은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국은 공개적으로도 경고에 나섰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 시행과 함께 출범한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국가안보처)는 29일 성명을 내고 "반중 세력이 이재민들의 비통함을 이용해 정치적 야심을 이루려 한다"며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구호 업무를 악의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처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재현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홍콩 정부 이인자인 크리스 탕 보안국장(장관) 또한 전날 기자회견에서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정부 비판 여론을 '가짜 정보'로 규정했다. 그는 "정부가 무료 숙소를 제공하지 않아 이재민들이 비싼 호텔에 묵고 있다거나, 소방관들에게 기본적인 보호 장비조차 지급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이 있다"며 "이는 사회 분열을 노리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번 참사에 관해 정부의 책임을 묻던 대학생 마일스 콴(24)이 선동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콴은 정부에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설치와 정부 관리 책임 규명, 이재민 주거 지원 등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체포 전 5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던 이 청원 페이지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화재가 2019년 시위 이후 중국의 홍콩 장악력을 확인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들의 분노가 부실 공사를 한 건설사를 넘어 정부의 안전 관리 감독 부실 문제로 번질 경우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콩 정치학자 소니 로는 로이터에 "중국은 이 참극에 어떻게 대응할지, 홍콩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변화할지 등을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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