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美 평화안 공식 제안 아직 없어…우크라, 지금 결단해야"

"접촉 있지만 구체적 논의 단계 아냐"…미러 비밀 논의엔 선 그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러시아가 미국 주도로 만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관련 평화 구상안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문서나 제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할 준비는 돼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도 협상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번 평화 구상안 관련 "구체적인 논의 단계는 아니지만 미국과 접촉은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측에 나름의 아이디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논의되는 실질적인 내용은 없다"면서 "우리는 완전히 열려 있다. 우리는 평화 협상에 대한 개방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날에도 "미국과 접촉은 있지만 협의라고 할 만한 절차는 없다"며 이번 평화 구상안 관련 개입 가능성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전장에서 러시아군이 전진하고 있는 것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당장 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

그는 "효과적인 군 작전은 젤렌스키와 그의 정권에게 지금 협상하는 것이 낫다는 점을 납득시키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잃어가는 만큼 젤렌스키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무의미하고 위험한 선택"이며 "지금 결단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미국으로부터 평화 구상안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건설적이고, 솔직하며, 신속한 논의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세부 내용이나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미국이 러시아와 비밀리에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평화 구상안에는 러시아 측에 상당히 유리한 조항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안전보장을 대가로 동부 돈바스를 러시아에 완전히 넘기는 것을 비롯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배제, 병력 감축, 핵심 무기 포기, 100일 내 선거 실시 감수 등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유럽은 이번 과정에서 유럽 국가의 의견 수렴이 없었다며 평화 구상안에 반발하고 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