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배제' 미·러 평화안 물밑논의…"트럼프, 28개항 초안 승인"
몇주간 양측 특사 협상 진전…돈바스 양보 등 우크라 주권 포기 수준
미군 고위대표단, 우크라 방문…우크라 "러에 심하게 기울어" 반발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28개 조항으로 이뤄진 새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승인했다고 NBC뉴스가 19일(현지시간) 미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군 고위 대표단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백악관의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지원에 나서며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종전 중재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다만 흘러나오고 있는 평화안의 내용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기울어 있어 우크라이나의 극심한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지난 몇 주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과의 논의를 거쳐 물밑에서 새 종전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관여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국부펀드 대표가 나서 10월 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위트코프 등과 사흘간의 비밀 회동 끝에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이 계획은 양측 모두에 안보 보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원하고 또한 필요로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가 있는 상태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미국이 러시아와의 비공개 협의로 28개 조항이 담긴 평화 합의안 초안을 마련해 우크라이나에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초안에는 러시아가 요구해 온 우크라이나 동부 핵심 전략지역인 돈바스(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 전체를 러시아에 넘겨주는 것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군대 규모 절반 이하 감축, 외국 군대의 우크라이나 영토 주둔 불허 등 러시아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의 공식 국가 언어로 인정하고, 러시아 정교회의 우크라이나 지부에 공식적 지위를 부여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 우크라이나로선 사실상 주권을 포기하는 셈이라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NBC는 우크라이나의 경우 이번 평화안 관련해 큰 윤곽만 통보받았을 뿐 작성 과정에서 배제됐으며 구체적인 설명이나 의견을 달라는 요청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매체에 따르면 고위 관리는 "러시아에 심하게 기울어진 제안"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소식통은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그 평화안에 대해 (우리는) 명백히 열의가 없다"며 "워싱턴이 모스크바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소식통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가 최근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시점에 이같은 종전안에 나온 것을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약해진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이 이끄는 군 대표단이 이날 오전 키이우를 찾아 종전 협상 가속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유럽 관계자들은 미군 대표단이 우크라이나와의 군사 전략·기술 논의 외에 백악관의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지원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미군 대표단이 튀르키예에서 귀국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평화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한 뒤, 이후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관리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는 이런 보도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8개 항목의 평화안 보도에 대해 "아니다. 현재로선 보고할 만한 새로운 진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드리스콜 육군장관과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종전 논의가 오가는 중에도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군 대표단이 도착하기 전날 밤에도 러시아 공격으로 최소 25명이 사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에 "일상에 대한 매번 뻔뻔한 공격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효과적인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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