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나라 사슴 폭행 외국인' 철회 못해…배외주의 아냐"

"외국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근거 없는 발언도 아냐"
"외국인과 질서 있고 바람직한 공생 실현 원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0.04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0일 자민당 총재 선거 기간 외국인이 나라시의 명물인 사슴을 폭행했다는 과거 발언에 대해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외국인의 나라시 사슴 폭행 발언에 대한 철회 요구에 "철회하라고 해도 철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9월 소견 발표 연설회에서 외국인 관련 정책을 설명하면서 외국인의 나라시 사슴 폭행 사례를 언급했다.

다카이치는 "나는 '나라의 여자'라며 나라의 사슴을 발로 걷어차는 말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때려서 겁을 주는 사람도 있다"며 "외국에서 관광을 와서 일본인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일부러 해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도를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당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일본 내 반(反) 외국인 정서를 자극해 보수층 지지를 끌어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발언의 근거에 대해 나라현이 조례 시행 규칙을 개정해 사슴 폭행 등을 금지 행위로 추가했고, 나라현 경찰이 영어와 중국어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외국인뿐 아니라 일본인도 사슴을 폭행한 사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본인의 사슴 폭행도 알고 있다며 "외국인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났다.

그러면서 "(연설회에서의 발언은) 결코 배외주의(외국인 배척)가 아니다"라며 "코로나 이후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일본인보다 현지 규칙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안타까운 행동이 두드러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일들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내 발언은 불확실한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며 "내가 직접 경험한 일도 있고 관광업 종사자들의 증언도 여러 건 있으며 조례 운영 개정도 이뤄졌다. 외국인만을 특별히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나는 지금 내각총리대신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며 "그 발언은 자민당 총재가 되기도 전의 일이었고, 일정한 근거가 있어 한 말이다. 나는 외국인과의 질서 있고 바람직한 공생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