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日총리 선출까지 한걸음"…자민당·유신회 연정 급물살

양당 대표 회동서 내각 참여 제안 등 논의 진전…성사시 중의원 과반 육박
유신회 이탈로 야권 단일화 동력 타격…입헌민주·국민민주, 공명당에 접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16일 당 지도부와 회동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2025.10.16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과 강경 보수 성향 제2야당 일본유신회의 연립정권 구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신회가 자민당과의 연정 쪽으로 기울면서 야권의 총리 후보 단일화는 무산되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와 후지타 후미타케 유신회 공동대표는 16일 국회에서 만나 약 1시간 15분간 회담한 뒤 새 연정 출범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번 회담에서 유신회 측에 "각료도 들어가는 풀 스펙(full-spec) 연립 참여를 부탁한다"며 내각 참여를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타 대표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자민당과의) 신뢰 관계가 한 단계 위로 올라갔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가 16일 후지타 후미타케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등과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2025.10.16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두 당은 17일 재협의를 통해 최종 조율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일부 핵심 쟁점에서는 견해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신회는 자민당에 총 12개 항목의 정책 요구서를 전달했다. 이 중 '기업·단체 정치자금 기부 폐지'와 '식료품 소비세 2년간 0%로 인하' 등에서 자민당과 입장이 엇갈렸다.

자민당은 기업 헌금 폐지보다는 투명한 공개를, 소비세 면제 대신 현금 지급을 주장한다. 이 부분을 유신회와 어떻게 조율할지가 새로운 연정 탄생에 마지막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유신 연립해도 과반 안 돼…안정성은 떨어져

남은 정책 조율을 마무리하고 자민당과 유신회가 연정에 성공할 경우 오는 21일 임시국회 소집과 함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총리 지명은 중의원(하원)의 결정이 우선되는데 현재 자민당의 중의원 의석은 196석이고 유신회는 35석이다. 두 당의 의석을 합치면 과반인 233석에서 2석 모자란 231석이다. 과반은 아니지만 야권이 완전히 단일화하지 않는 한 결선투표에서 다수표를 얻어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될 공산이 크다.

유신회가 연정으로 빠질 경우 제1야당 입헌민주당(148석)과 제3야당 국민민주당(27석),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이탈한 공명당(24석)이 모두 힘을 합쳐도 199석에 그친다.

다만 자민당과 유신회가 연정을 구성하더라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명당과의 연정보다는 의석수가 다소 늘지만 중의원에서 여전히 과반에 못미칠 뿐더러 참의원(상원)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자민당(101석)과 유신회(19석) 의석을 합치면 120석으로 과반인 125석보다 5석이 부족하다. 결국 연정이 출범해도 양원에서 과반에 미달하는 소수 여당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왼쪽부터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 후지타 후미타케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이들은 15일 도쿄에서 모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25.10.15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野 정권교체 시도 사실상 무산…다마키, 유신회에 배신감

자민당과 유신회의 밀월이 깊어지는 동안 야권의 정권 교체 시도는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입헌민주당·유신회·국민민주당 등 야 3당이 진행하던 총리 후보 단일화 논의는 유신회가 자민당 쪽으로 돌아서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16일 열린 야 3당 간사장급 회담은 "상황을 보고 대화 재개를 결정하자"고만 확인한 뒤 성과 없이 끝났다. 아사히신문은 야 3당이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내세우려던 분위기가 단번에 시들었다고 평가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자민당과 유신회의 갑작스러운 밀착에 대해 "당대표끼리 직접 만나 정책 협의를 정리하는 단계까지 갈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15일 도쿄에서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와 만나 연정 가능성을 논의한 뒤 기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15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유신회의 이탈에 가장 큰 불만을 터뜨린 건 다마키 국민민주당 대표였다. 그는 15일 밤 유신회를 겨냥한 듯 "이렇게 될 거라면 3당 회담 같은 건 왜 하냐. 심한 이중 잣대다"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대표는 다음 날 기자들에게 "다른 당을 비판하기보다는 자기 당 정책을 어떻게 실현할지 집중하는 편이 낫다. 우리는 중대한 결단을 내린 뒤 나아갈 것"이라고 응수했다.

야권은 유신회가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기 위해 공명당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다마키 대표는 16일 오후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와 만나 정책 연대 강화에 합의했고, 입헌민주당도 공명당과 간사장급 회담을 했다.

아즈미 준 입헌민주당 간사장은 "우파는 다카이치 총재한테 가도록 두고, 우리는 온건 중도 세력으로 팀을 만들겠다"며 새로운 연대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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