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韓, 쌀·소고기 성공적 방어…뜯어보면 韓 유리한 면 많아"
김진욱 씨티그룹 한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분석
"3500억달러 대미투자, 韓 강점 분야…美입지 강화 가능"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30일(현지시간) 타결된 한미 무역 합의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김진욱 씨티그룹 한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미 무역 합의 핵심을 △투자 △관세 △비관세 장벽 세 가지로 나눠 분석하며 세부 조항들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8조 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을 두고 김 이코노미스트는 "겉보기엔 미국에 큰 이익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협상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총투자액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에,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원자력·이차전지 분야에 할당됐다. 이 산업은 모두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이번 투자가 관련 기업의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방식으로 '캐피털 콜'이 유력하다고 봤다. 캐피털 콜이란 대규모 자금을 한 번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실제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단계적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자금의 대부분은 산업은행 등 공공 금융기관의 대출과 보증으로 구성되며 기업의 직접 투자 비중은 작아 민간 부문의 부담이 적을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또 한국산 제품에 15% 단일 관세가 적용되지만 김 이코노미스트는 실효 관세율이 그보다 낮을 수 있으며 관세 충격도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고, 기술·반도체·의약품(0%), 철강·구리(50%) 등 다른 품목에 추가 관세가 없다는 전제하에 실효 관세율을 14.3%로 추정했다. 만약 향후 반도체와 의약품에 15% 관세가 부과된다면 실효 관세율은 16.8%까지 오를 수 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인공지능(AI) 관련 핵심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은 관세가 면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유럽연합(EU)의 사례나 한국산 반도체와 의약품에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기존 발언이 근거였다.
15% 관세를 적용받는 자동차 품목의 경우,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4분기부터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인상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이미 한국 승용차의 대미 수출 가격이 올해 1월 대비 7월에 11% 하락한 것을 감안할 때, 가격 인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협상에서 한국이 핵심적인 비관세 장벽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것도 큰 성과로 꼽았다.
미국산 쌀의 무관세 수입 쿼터 확대나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 규제 완화 등 민감한 사안에 관한 추가적인 시장 개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10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약속은 새로운 부담이 아니라 기존 중동 중심의 에너지 수입선을 미국으로 전환하는 의미가 크다고 봤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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