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野의원 파면투표 부결에 라이칭더 타격…中 "민심 못얻어"

국민당 "국민들 반중노선 거부…라이칭더 사과·반성해야"
대만 대륙위원회 "민주 경험 없는 中은 왈가왈부 말라"

유권자들이 26일 대만에서 의원 소환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2025.7.2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대만 야당 국회의원들의 파면 여부를 묻는 대규모 국민소환 투표가 부결됐다. 이번 소환투표로 '여대야소' 구도를 만들려 했던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정부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이칭더 총통은 지난 26일 진행된 24곳의 국회의원 파면 투표가 모두 부결된 후 "헌법이 부여한 권리에 대해 대만 국민이 권리를 행사했다"며 "투표 결과에 대해 모두가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칭더 총통은 "이날의 결과는 어느 한쪽의 승리도, 다른 쪽의 패배도 아니다"며 "파면과 반대 모두 헌정 제도 하에서 국민이 가진 정당한 권리로 이것이 바로 민주 대만의 가장 소중한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산당을 반대하고 대만을 보호하는 국가의 방향을 확립하고 시민의 힘을 더욱 결집시켰다"며 "민주주의는 패배하지 않을 것이고 대만 시민이 계속 나아간다면 시민 사회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6일 푸쿤치 국민당 원내총소집인(원내대표), 왕훙웨이 국민당 입법원 서기장 등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 24명을 대상으로 국민소환 투표가 진행됐다.

지난해 1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체 113석 중 51석에 그친 민진당은 보수·친중 성향의 국민당(52석)에 다수당을 내줘 '여소야대' 구조에서 정부 각종 정책이 차질을 빚자 이를 뒤집기 위해 대규모 소환 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실패했다.

국민당은 투표 결과에 반색하며 라이칭더 정부를 비판했다.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라이칭더 총통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할 것을 촉구한다"며 "더이상 정치적 분열을 일으키지 않고 경제와 일에 매진해 정치적 소동이 끝나는 것이야말로 전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잉주 전 총통도 "대만 국민들이 중요한 순간에 지혜를 발휘하고 대만 사회를 분열하고자 하는 '반중' 노선을 거부했다"며 "이것은 대만의 가장 진실하고 강력한 뜻으로 증오 정치에 반대하며 양안의 평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당 부총통 후보로 출마했던 자오샤오캉은 "세계 최초의 무차별적인 소환 투표에서 라이칭더와 민진당이 완패했을 뿐 아니라 선거 역사상 가장 추악한 페이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주목하던 중국도 민진당이 민심을 얻지 못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천빈화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민진당 당국은 '대만 독립' 본성과 '일당독재'의 야심으로 대만 내 민생과 복지를 무시하고 정치적 투쟁을 지속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치적 반대파를 억압했다"며 "투표 결과는 민진당의 정치적 조작이 섬(대만) 내 민심과 여론에 완전히 위배되고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만의 중국업무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결과는 각 선거구 유권자들의 자체 결정"이라며 "민주 경험이 부족한 중국 당국은 대만의 민주 제도에 대해 왈가왈부하거나 잘못된 해석을 할 권리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