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괜찮다"지만…건강문제 설왕설래 계속

업무복귀 둘째날 '포스트 아베' 후보 기시다와 회동
스가 관방은 당내 '서열 2위' 니카이 만나 정국 논의

마스크를 착용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지난 19일 오후 관저로 출근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업무 복귀 뒤에도 그의 건강 문제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아베 총리 본인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여전히 언론보도를 통해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직후 그가 휴가를 내고 건강검진을 받은 경위를 놓고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이니치·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0일 관저에서 집권 자민당 소속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을 약 20분 간 면담했다, 기시다 회장은 아베 총리의 자신의 후임으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기시다는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의 건강과 관련해 "당내엔 '마음 편히 최대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으나, 아베 총리는 "괜찮다(大丈夫だ)"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기시다 회장은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에 대해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며 "다만 피로가 좀 쌓여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기시다 회장이 "부디 몸조심하기 바란다"고 당부하자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 <자료사진> ⓒ AFP=뉴스1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부터 사흘 간 여름휴가를 보낸 뒤 19일 오후 관저 출근과 함께 공식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휴가 이틀째였던 17일 '추가' 건강검진을 위해 게이오(慶應)대 병원을 다녀간 사실이 현지 언론에 포착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건강이상설이 재차 증폭돼온 상황. 아베 총리는 이미 지난 6월에 이 병원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달 초엔 "아베 총리가 7월6일 집무실에서 피를 토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 야당들은 아베 총리가 직접 국민 앞에서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설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安住淳)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내달 2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집중심의를 열어 아베 총리를 출석시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민당 측은 이날 회담에 현재 입헌민주당과 제2야당 국민민주당 간의 합당 절차가 진행 중임을 들어 "다음에 다시 논의하자"며 아베 총리의 국회 출석 문제와 관련해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자민당은 또 당초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던 아베 총리 주재 주요당직자회의와 27일 아베 총리의 재임일수 최장 기록 '축하연' 또한 취소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24일이면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연속 재임일수 2799일을 기록하며 외종조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의 2798일을 제치게 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왼쪽)과 아베 신조 총리 <자료사진> ⓒ AFP=뉴스1

자민당 간부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상황을 감안해 축하연을 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아베 총리의 건강을 고려한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과 언론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9~20일 이틀 모두 오후에 관저로 출근했으며, 당분간 오후 늦은 시각엔 회의 등의 일정을 잡지 않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 '서열 2위'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이날 아베 총리 비서실장 역할을 맡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따로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해 아베 총리의 건강문제를 포함한 향후 정국 관련 상황이 두루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스가 장관도 최근 당내에서 '포스트 아베'(아베 총리 후임) 후보군 가운데 1명으로 거명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7년 첫 집권 당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돼 총리직을 중도 사퇴한 적이 있다.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다케시타(竹下)파를 이끄는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중의원 의원은 이날 파벌 회의 주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의 건강에 대해선 솔직히 아는 게 없다. 말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정국은 항상 한치 앞이 어둡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판단이 틀리지 않도록 대응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