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으로 돌아와라"…선거 앞두고 당근 든 중국

中, 이달 초 대만 유화책 담긴 26개 조치 발표
정치권 반발…친중 국민당도 중국과 거리두기

한 남성이 대만 건국 108주년 기념식이 열린 홍콩 툰먼 지역에서 국기 게양식 도중 대만 국기를 들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중국 정부가 내년 1월11일 대만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대만인에게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하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만 정치권에선 중국의 공세가 효과를 거두기는 커녕 반발만 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이달 4일 양안 계(중국과 대만 관계) 활성화를 위한 26개 조치를 발표했다. 해당 조치에는 대만 기업이 주요 기술 장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 거주 대만인이 중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27일 새로 취임한 중국 대만판공실 주펑롄(朱鳳蓮) 대변인은 첫 기자회견에서 중국어와 대만어로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주 대변인은 대만어로 "나는 광둥어에서 하카(중국 동남부 사람)다. 나는 먼저 대만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중국은 대만을 신성한 영토라고 주장하며, 대만 선거 개입 시도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친중 성향의 정치인들이 집권하길 바라는 속내를 감춘 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6개 조치 역시 대만 대기업들이 친중 성향의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게 만드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대만이 이처럼 중국의 움직임을 불안해하는 까닭은 중국 정부가 1996년 대만 선거 직전 대만해협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군사 위협을 가했기 때문이다.

반중 성향이 강한 대만 정치인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셉 우 대만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좀 더 자유를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적었다. 중국 정부를 직접 겨냥한 듯 간체자로 '너나 잘하라'는 일침을 가한 것이다. 간체자는 대만이 아닌 중국에서 사용하는 문자다.

중국의 위협을 거듭 경고해 온 조정타이(卓榮泰) 민진당 의원은 중국을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TV의 '귀국' 발언도 역풍을 일으켰다. 중국중앙(CC)TV의 유명 앵커 하이샤(海霞)는 26개 조치 논평 과정에서 "대만의 운명은 조국과 연결돼 있다. 완완(대만), 집으로 와라"고 언급해 공분이 일었다. 대만을 집 나간 아이처럼 묘사했기 때문이다.

훙츠융(洪慈庸) 입법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걱정해줘서 고맙지만, 대만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의 집에 있다"고 썼다.

심지어 친중 성향의 제1야당인 국민당조차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국민당은 26개 조치에 대해 '유익하다'면서도 "만약 이런 행동들 중 어떤 것이라도 중화민국(대만의 공식명칭)의 주권을 경시한다면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당은 대만해협 양쪽(대만과 중국)이 선거를 위해 양측 국민의 권익을 해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