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중국 사드보복은 기미(羈縻)정책

편집자주 ...한때 한국 천주교회에서 ‘메아 쿨파(Mea culpa)’ 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메아 쿨파는 라틴어로 ‘내 탓이오’란 뜻이다. ‘시나(Sina)’는 라틴어로 중국이다. 따라서 ‘시나 쿨파’는 중국 탓이란 뜻이다. 중국이 굴기하면서 전 세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웃인 한국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웬만하면 중국 탓’인 시대가 온 것이다.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의 차메리카(Chamerica) 시대 읽기를 연재한다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미국 편에 서야 할까, 아니면 중국 편에 서야 할까.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참으로 힘든 선택이다.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탄천공영주차장에 관광버스가 길게 줄지어 주차돼 있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여행 규제에 나서면서 내수활성화의 핵심 축으로 관광업을 띄우려던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세법개정안, 무역투자진흥회의, 내수활성화 방안을 통해 중국 관광객 유치 정책을 확대해 왔으나, 최근 중국측의 한국 관광에 대한 보복적 조치에 대해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2017.3.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최근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빌미로 잇따라 보복 조치를 내놓고 있다. 한류스타 출연 금지, 한국 단체여행 금지 조치 등.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은 이보다 더한 조치를 계속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 조치는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중국은 당·군·정이 혼연일체가 돼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에서 ‘오더’가 떨어지면 군과 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자유민주주의처럼 반대세력이 존재할 수 없는 체제다. 그리고 보복 카드도 많다. 중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것보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잇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국이 너무 치졸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대국의 본모습이다. 대국은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인접국을 통제하려 한다. 인접국이 자기의 세력권 아래로 들어왔을 때는 관용을 베풀지만 세력권 밖에 있을 때는 끊임없이 괴롭힌다. 이른바 ‘기미(羈縻)정책’이다. 기미는 ‘굴레를 씌워 얽어맨다’는 뜻이다. 당나라 이래 중국 외교의 기본인 기미정책은 주변국을 중국의 세력범위 안에 묶어두고 통제하는 것을 이른다.

중국은 중국의 종주권을 인정하면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많은 조공무역을 허락하는 등 관용을 베풀었지만 중국의 종주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보복했다.

원래 기미정책은 덩샤오핑에 의해 폐기됐었다. 덩샤오핑은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고 중국이 미국에 맞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저자세 외교를 유지해야 한다며 기미정책을 폐기했었다. 이른바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이다. 도광양회는 빛을 감추어 밖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면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다르다. 시진핑은 집권하자마자 ‘중국몽(中國夢)’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옛 중국의 영화를 되살리겠다는 출사표였다. 이는 외교적으로는 기미정책을 부활하겠다는 선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혀 다른 리더십을 갖고 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둘 다 집권 슬로건이 위대한 조국의 부활이다. 트럼프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다. 여기에서 America를 China로만 바꾸면 바로 시진핑의 슬로건이다.

시진핑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중국이 최소한 지역 패권을 추구할 수준이 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전체의 패권은 미국에 내주더라도 최소한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패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남사군도의 분쟁 등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은 아시아 지역 패권 추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대부분은 이미 중국에게 머리를 숙였다. 동남아에서 대표적인 친미국가였던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는 미국을 벗어나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는 전혀 그럴 조짐이 없다. 동북아를 구성하는 나라가 한미일 삼국이다. 일본은 해양세력이다. 오래전부터 ‘탈아입구(脫亞入毆, 아시아에서 벗어나 서구를 지향한다)’를 외쳤을 정도로 서구화된 나라다. 대륙세력인 중국은 일본을 미국과 같은 해양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굳이 중국의 세력권 아래 묶어 두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한국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중국의 조공무역 체제 아래 있었다. 한국을 굴복시켜야만 중국은 명실상부하게 아시아의 패권을 다시 거머쥘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사드는 방어용 무기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과한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은 맥락이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중국을 선택할 것인가 미국을 선택할 것인가. 중국을 선택하면 다시 조공무역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선택하면 중국의 보복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 유사 이래 중국이 가장 즐겨 쓴 외교정책이 이이제이(以夷制夷)와 원교근공(遠交近攻)이다. 이이제이는 오랑캐로 오랑캐를 무찌른다는 뜻이고, 원교근공은 먼 나라와 연합해 이웃 나라를 공격한다는 뜻이다. 원교근공의 전형적인 예가 7세기 동북아의 세계대전이었던 고당전쟁이다. 당나라는 먼 신라와 친교를 맺고 고구려의 배후를 치게 함으로써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대당제국을 건설했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먼 나라는 미국이고, 가까운 나라는 중국이다.

우리가 미국을 선택하는 한 중국의 집요한 보복은 계속될 것이다. 중국의 조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사태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긴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경제의 과도한 대중의존도를 낮추는 것 또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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