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 '멜트다운' 은폐 의혹 사과
"공표 자제는 중대한 사실…은폐로 받아들이는 게 당연"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운용사인 도쿄전력이 지난 2011년 원전 폭발사고 당시 '멜트다운'(노심(爐心) 용융) 은폐 의혹에 대해 21일 공식 사과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히로세 나오미(廣瀨直己) 도쿄전력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사장 지시로 (멜트다운) 공표를 자제한 것은 중대한 사실"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입장에선 '은폐'라고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에 따라 원전 사고가 났을 당시 멜트다운, 즉 원자로 내 핵연료가 과열돼 녹아내린 사실을 파악하고도 그 발표를 2개월간이나 미뤄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던 상황.
이와 관련 도쿄전력은 그간 "멜트다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고 주장해왔지만, 올 2월 사내 매뉴얼에 관련 기준(노심 손상 비율이 5%를 초과한 경우)이 기재돼 있는 사실이 확인되자 이같은 입장을 번복했다.
게다가 도쿄전력이 관련 의혹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위해 변호사 등으로 구성한 제3자 검증위원회는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고 발생 사흘 뒤인 2011년 3월14일 시미즈 마사타카(淸水正孝) 당시 사장이 기자회견을 하던 무토 사카에(武藤榮副) 부사장에게 쪽지를 보내 "'노심 용융' 등의 표현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도쿄전력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멜트다운' 은폐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는 한편, 히로세 사장과 아네가와 다카후미(姉川尙史) 원자력 담당 상무의 급여를 각각 1개월 감봉하고 다른 관계자 1명에 대해선 '엄중주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한편 제3자 검증위는 앞서 보고서에서 "'노심 용융' 표현을 쓰지 말라"는 지시가 총리 관저 측으로부터 나왔다고 밝혔지만, 히로세 사장은 이날 회견에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와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당시 관방장관 등은 "도쿄전력 측에 '노심 용융' 표현을 쓰지 말라는 적이 없다"며 보고서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히로세 사장은 "상황이 어쨌든 간에 (당시) 사장이 입막음을 하도록 지시한 것은 통한의 극치"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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