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함 센카쿠 접속수역 진입'에 중일 대결구도 심화

日외무성 초치 중국대사 "항의 받아들일 수 없다" 강경 입장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 AFP=News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중국 해군함정이 9일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일본 측 접속수역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일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주일본 중국대사가 자국 군함의 접속수역 침범에 항의하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양국 간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갈등이 한층 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중국 해군 소속 프리깃함 1척이 이날 오전 0시50분쯤 센카쿠열도 인근 접속수역에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고 오전 1시쯤 청융화(程永華) 주일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들였다.

오전 2시쯤 외무성에 도착한 청 대사는 이후 약 20분간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나 중국 해군함의 센카쿠 열도 접속수역 '침범'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와 항의, 그리고 즉각적인 퇴거 요구 등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 대사는 이 자리에서 센카쿠 열도 영유권은 중국에 있다면서 일본 측 항의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는 게 일본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센카쿠 열도는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서남쪽으로 약 410㎞, 중국 대륙 동쪽으로 약 330㎞, 대만 북동쪽에서 약 170㎞ 떨어진 동중국해상의 8개 무인도로서 현재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중국은 1403년 명나라 영락제 시기 문헌을 근거로 자국이 센카쿠 열도를 가장 먼저 발견했고, 이때부터 계속 관할권을 행사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1895년 청일전쟁 패배 뒤 시모노세키(下關) 조약에 따라 대만과 그 부속도서 등을 일본에 할양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카이로 선언·포츠담 회담 등에 따라 일본이 전시(戰時) 강점했던 영토를 돌려받았다는 점 또한 센카쿠 열도 영유권의 근거로 삼고 있다.

대만의 부속도서인 센카쿠 열도가 당시 일본에 넘겨졌다가 중국에 반환됐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측은 센카쿠 열도는 오키나와의 부속도서로서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따라 오키나와와 함께 미국의 시정권(施政權) 하에 들어갔다가 1972년 오키나와 반환 조약이 시행되면서 돌려받은 자국 영토라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번 중국 군함의 센카쿠 열도 접속수역 침범이 러시아 군함과 동시간대에 이뤄진 사실에 주목하고 의도 및 배경 등에 대한 분석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함은 과거에도 센카쿠 열도의 일본 접속수역을 항해한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러일 양국 간엔 러시아가 2차 대전 이후 실효지배 중인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 쿠릴 4개 섬(북방영토) 귀속 문제가 중요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여서 두 사안의 '연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우 해경선이 아닌 군함이 센카쿠 열도 인근 일본 접속수역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접속수역'은 영해와 공해의 중간수역으로서 통상 영해 밖 12~24해리(22~44㎞) 구간에 설정된다.

국제법상 외국 군함의 영해 및 접속수역 항해는 '무해통항권', 즉 해당국가의 평화·안전·질서 등을 위협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권한이 인정된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주장에 따라 올 1월 중국 군함이 영해를 침범할 경우 곧바로 '해상경비행동'을 발령하고 해상자위대를 현장에 투입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꾼 상태다.

일본이 이번 중국 군함의 접속수역 침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방침이 적용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날 중국 군함의 접속수역 침범과 관련, 총리 관저 내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했으며, 청 대사의 외무성 도착에 앞서서는 이시카네 키미히로(石兼公博)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통해 류샤오빈(劉少賓) 주일중국대사관 차석공사에게도 항의 전화를 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센카쿠 열도 접속수역을 침범한 중국 군함이 '장카이(江凱)1'급 프리깃함 1척, 그리고 러시아 군함은 '우달로이'급 구축함 등 3척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ys4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