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치인 말실수 "사회를 그대로 베낀 초상화"

하시모토시장, 당신의 이념은 무엇입니까?

배상은 기자 © News1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하시모토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 방문을 결행한다면 오사카시의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 유신회 공동대표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시장의 위안부 망언으로 번진 반발이 결국 오사카시의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졌다.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시모토 시장은 방미를 타진중이던 지난달께 일정을 협상하던 샌프란시스코시의 한 간부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거절 서한을 받았다.

하시모토 대표는 당초 10~16일 오사카부 지사인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유신회 간사장과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8일 끝내 계획을 취소했다.

당시 하시모토 대표측은 방미 포기 이유에 대해 "방문지에 부담을 준다"고만 설명했으나 결국 샌프란시스코 당국이 서한을 통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단념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측은 서한에서 "하시모토 시장의 개인적인 방문까지 막지는 않겠지만 공식방문으로는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사 방문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가는 곳마다 항의를 받을 것이 명백한 하시모토 시장의 경호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방문 취소를 권고했다.

의전 용어상 권고였지 내용은 칼 같은 거부였다. 또 간부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서한에 명시했으나 사실상 에드윈 리 시장의 공식적인 방문 거절이다.

교도통신도 "개인의견이라고 표기한 것은 50년이상 자매로 지낸 두 도시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배려로 보인다"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특히 서한은 뉴욕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과 리 시장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블룸버그 시장도 지금 하시모토 시장과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하시모토 시장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리 시장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피해국인 중국계이긴 하나 하시모토 시장에 대한 미국 내 반발은 인종이나 국가를 초월한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로 일본계 3세인 마이클 혼다(캘리포니아·민주)의원도 하시모토 시장의 발언에 대해 "역사와 인류애에 대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집단 강간과 강제 낙태, 굴종 등의 성폭행에 강압적으로 시달린 젊은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2007년 미 연방 의회 사상 처음으로 위안부 결의안을 발의해 통과시킨 주인공인 혼다 의원은 지난 7일에는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진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를 찾아 일본 정부에 위안부의 존재와 책임을 인정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역시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인 아사히 신문의 마나베 히로키(真鍋弘樹) 뉴욕 지국장이 "(하시모토)위안부 발언에 미국 사회가 이념을 양보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이날 쓴 기사 또한 흥미롭다.

그는 기사에서 "하시모토 시장 파문에서 미국과 일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차이점이 드러났다"며 "바로 인권, 등 이념에 관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만약 흑인 노예제라는 약점이 있는 미국에서 현재 "당시 상황에서 흑인 노예에 대한 차별은 필요했다"고 발언하는 미국판 하시모토가 나온다면, 그는 그대로 몰락하는 것이 자명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용서 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용서 할 수 없다'는 미국 사회의 규칙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미일간 의식의 차이로 나타났다"면서 "일본은 너무 쉽게 이념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정치인의 말실수는 사회를 그대로 베낀 초상화"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일본인의 피가 흐르면서 일본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추진한 혼다 의원은 당시 자신을 둘러싼 모국의 비난에 "나는 일본인의 명예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며 "이념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답했다.

세치 혀로 50년 역사의 해외 자매도시에 방문을 거절당하는 국제적 망신까지 치르면서도 "지금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될 것"이라며 끝까지 아집을 피우는 하시모토 시장에 지금 이 순간 묻는다.

"과연 당신의 이념은 무엇입니까...?"

bae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