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봉쇄력 약해졌다…"원유 수출, 80% 수준 회복"
중동 원유 수출 하루 1300만 배럴…2월 전쟁 이후 최대 규모
이란 해상 재고 10월 바닥…"통제력 약화 느끼면 확전 우려↑"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막아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온 이란의 전략이 약화하면서 중동 원유 수출이 전쟁 이후 최고 수준으로 반등했다. 다만 압박 수단을 잃은 이란이 군사적 확전에 나설 위험은 오히려 커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해군과 걸프 산유국들이 이란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회피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이 늘고 있다.
중국계 선박 추적업체 화시(Huax)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이 호르무즈 해협과 대체 항로를 통해 수출한 원유가 이달 기준 하루 1300만 배럴에 육박해 지난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케이플러(Kpler)는 지난주 기준 역내 원유 선적량이 전쟁 이전의 8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전날(27일)부터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에서 유조선 선적을 시작했다. 동서 송유관은 지난 10~11일 이라크발(發) 드론 공격으로 파손됐으나 수리가 끝났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7월 해상 봉쇄를 재개한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봉쇄 밖에서 선박에 실린 이란산 원유는 9월 초 2900만 배럴에서 1500만 배럴로 줄었다.
대부분 중국으로 향하는 물량으로, 케이플러는 현재 속도라면 10월 초중순쯤 물량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했다. 육로 운송은 하루 4만 배럴이 한계로, 전쟁 전 하루 200만 배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에 "앞으로 2주 안에 중국에 마지막 원유를 인도하고 나면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렛대 상실이 곧 확전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채텀하우스 중동프로그램 국장 사남 바킬은 현 상황이 "이란의 호르무즈 전략이 수익 체감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며 "궁지에서 벗어나려 스스로 도발하거나 더 큰 충돌의 방아쇠를 당기는 폭발적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애스펙츠 공동창업자이자 지정학 부문 책임자인 리처드 브론즈도 "이란 지도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졌다고 느끼면 다른 확전 수단을 찾을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걸프 산유국들은 항만과 정유시설, 송유관 등이 새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역내 당국자들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전술을 빠르게 바꿔 왔고,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미 경제에 대한 압박이 커지자 예멘의 후티 동맹을 통해 홍해로 전선을 넓혔고, 후티는 사우디 선박과 시설을 공격해왔다.
우회로 자체도 취약하다. 우회 수송은 비용이 많이 들고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운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것이 걸프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 수송이 중단되고 후티의 위협으로 홍해 항로도 위험해지자 다시 호르무즈 해협 쪽으로 물량을 돌렸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공격은 일단 잦아든 상태다. 다만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전날 기준 직전 72시간 동안 확인된 공격이 없었다면서도 위협 수위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 하마드 후세인은 "분쟁이 결정적으로 끝나지 않는 한 유가 위험은 계속 상방으로 기울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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