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공세에 예멘 피란민 10만명…홍해 연안서 남부로 탈출

수천명은 바브엘만데브 건너 지부티로…유엔 "인도적 접근 난항"

친이란 후티 반군 대원들이 15일(현지시간) 후티 군사매체가 공개한 영상에서 예멘 알자우프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의 교전 뒤 노획한 차량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9.1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예멘 내전이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세로 다시 격화하면서 10만 명 넘는 주민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밝혔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UNHCR은 최근 예멘에서 재개된 전투로 국내 실향민이 10만 명을 넘어섰으며 수천 명은 배를 타고 홍해 건너 아프리카 지부티로 피신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을 상대로 홍해 연안을 따라 공세를 벌이며 서부 지역 도시와 섬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0일엔 전략적 항구도시 모카를 점령하며 세계 주요 해상 교통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영향력도 키웠다.

이에 전투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남부 도시 아덴 등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모카에서 드론 공격으로 아내를 잃은 60대 무함마드 아이야시는 세 자녀와 함께 빈손으로 아덴의 임시 난민촌에 도착했다. 그는 "밀가루 알갱이 하나조차 갖고 있지 않다. 매트리스도 옷도 없다"며 피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예멘 홍해 연안 항구도시 모카에서 드론 공격으로 아내를 잃고 세 자녀와 함께 피란한 무함마드 아이야시가 10일(현지시간) 남부 아덴의 임시 난민촌에서 친척들과 텐트 밖에 앉아 있다. 2026.9.16 ⓒ 로이터=뉴스1

다른 피란민 타우피크 알카리지는 포탄 파편에 다친 다리를 보여주며 입고 있던 옷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쟁이 닥쳤다"며 "일부는 죽었고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UNHCR은 현재 예멘 현지에선 치안 불안과 도로 파손, 통신 장애, 이동 제한 등으로 구호 활동에도 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란민이 몰려드는 지역에선 식량과 식수, 거처, 의료 지원 등도 시급한 상황이다.

후티의 공세는 미국·이란 간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의 새로운 전선을 만들고 있다. 후티는 사우디 영토와 에너지 시설을 잇달아 공격하고 있으며,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원유 수송로로 활용해 온 동서 송유관 가동도 일시 중단했다.

이란이 미국과의 전쟁 발발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데 이어 후티 또한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국제 원유 수송과 에너지 시장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멘에선 지난 2014년 후티가 수도 사나를 장악한 뒤 이듬해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개입하면서 내전이 본격화했다. 2022년 유엔 중재로 휴전이 성립한 뒤 대규모 전투는 줄었으나 정치적 해결을 위한 협상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최근 지역 정세 악화와 함께 교전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