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후티 겹공세에도 美 뒷짐…"사우디, 역내 외교 선회 가능성"
"사우디, 2015년 예멘 내전 개입 실폐 후 단독 군사대응 꺼려"
"美, 후티로 새 전선 열고 싶지 않아…관계 투자해 온 사우디 '실망'"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과 예멘 후티 반군의 잇따른 공세에 직면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군사 지원도 거부당하면서 역내 국가들과의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사우디는 동·남·북 세 방향에서 이란, 혹은 이란 연계 세력의 공격에 연이어 노출됐다.
지난달 말에는 사우디 유조선 1척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돼 선원 2명이 숨졌다. 지난 11일에는 이미 홍해 봉쇄를 선언한 후티가 남부 항구도시 모카, 페림섬 등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의 각종 요충지를 장악하며 사우디 동맹군을 격퇴했다.
같은 날 사우디 당국은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민병대의 드론 공격을 이유로 동서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동서 송유관은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홍해로 원유를 실어 나르는 핵심 대체 경로였다.
이란 전쟁 초반 몇 달간 사우디는 이웃 국가들에 비해 이란 보복 공격의 피해를 비교적 덜 받았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더 큰 지렛대를 확보하고자 하는 이란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는 이란과의 직접 대화도 모색했으나 성과는 제한적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국가와 이란 간 회담이 당초 이날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전날(13일) 밤 갑작스럽게 연기됐다.
사우디는 2015년 대규모 공습을 통해 예멘 내전에 개입해 후티를 축출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전례가 있어 단독 대응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는 사우디를 좌절시키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후티에 대한 군사 행동을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댄 샤피로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이미 이란 전쟁에 대응 중인 데다 과도하게 확장된 해군력, 줄어드는 탄약 비축량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새로운 전선을 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놀랍지 않다"며 "사우디 측에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라트니 전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는 "사우디가 미국과의 안보 동맹에 막대한 투자를 해 온 이유는 바로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사우디는 정말 좌절해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바버라 리프 전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는 사우디가 향후 외교적 해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 (미국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다른 형태의 외교적 노력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사우디·미국·이스라엘의 오랜 대(對)후티 군사 작전에도 군사적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 중국이 2023년 중재한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도 이후 흐트러졌다는 점을 들어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도 짚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아일랜드 방문 중 후티가 "우리에게 연락해 왔으며 우리와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그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나라가 딱 하나(사우디) 있는데, 우리가 그 문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후티 정치 관계자 무함마드 알부카이티는 "우리는 트럼프와 소통한 적이 없으며, 그에게 우리를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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