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으로 기뢰 투하하는 이란…美, 호르무즈 통제권 확보 '난항'

미군, 이란 라라크섬 로켓 발사대 2곳 타격…해협에 기뢰 부설 시도
WSJ "이란, 기뢰부설 전력 분산 배치…위험 완전 제거는 불가능"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2026.8.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살포하는 기뢰가 해협을 재개방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은 전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기뢰 부설을 저지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의 라라크섬에 있는 기뢰 투하용 로켓 발사대 2곳을 타격했다. 미국이 이란을 직접 타격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7월 말 이후 처음이다.

이에 IRGC는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요르단의 킹 후세인 공군기지와 알아즈라크 공군기지, 아랍에미리트(UAE)의 알민하드 공군기지를 공격하며 맞대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발발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해상 물동량의 약 20%를 책임지던 핵심 수송로였다. 이란은 전쟁 발발과 함께 이 해협을 장악, 각국 유조선 등 선박 통항을 제한해 왔다.

전쟁 기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했으며,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선 이란이 설정한 '지정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번 무력 충돌은 지난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 수역에서 모든 기뢰가 폭파 또는 제거됐다고 밝힌 지 며칠 만에 발생했다. 엘리엇 코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이란의 기뢰 재부설 시도는 미국의 해상 봉쇄로 해협의 세력균형이 기울어진 것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WSJ는 "긴장 고조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숨바꼭질 싸움에서 승리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2023년 8월 2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해군 고속정이 아부 무사 섬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3.8.2. ⓒ 뉴스1 ⓒ 로이터=뉴스1

그러나 미군의 지속적인 제거 작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 위험을 완전히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뢰전은 설치하는 쪽보다 제거하는 쪽이 훨씬 불리하다. 기뢰는 제작과 배치가 용이한 데다, 일단 대량으로 바다에 떠다니기 시작하면 탐지와 제거가 어렵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4km에 불과한 호르무즈 해협에선 상선들이 기뢰의 표적이 될 위험이 더욱 커진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에 기뢰 위험 때문에 안전한 통항이 어렵다는 점만 인식시킬 수 있어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반면 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해야 하는 미국은 모든 기뢰를 무력화하거나 제거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알레시오 파탈라노 킹스칼리지런던 전쟁·전략학 교수는 "해협에 기뢰가 매설된 전력이 있고 이란이 대량의 기뢰를 보유하고 있는 한 선주들은 이를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미군에 노출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미군의 제거 작전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든다.

IRGC는 현재 정규 해군 전력을 대부분 손실한 상황이지만, 해협에 기뢰를 부설할 수 있는 수백척의 소형 고속정을 남부 해안에 숨겨두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해안에서 다연장로켓 '파즈르-5'를 발사해 해상 기뢰를 부설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직 미 해군 장교인 토머스 슈가트는 로켓의 크기를 고려할 때 발사된 기뢰는 해군이 부설하는 대형 기뢰와 달리 상대적으로 작고 단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미군이 이를 파괴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어떠한 기뢰 제거 작전도 모든 기뢰가 사라졌음을 완벽히 보장할 수는 없다고 WSJ에 전했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소속 해군 전문가 스콧 새비츠는 "가장 중요한 점은 기뢰전이 '미지의 게임'이라는 것"이라며 "모든 기뢰가 제거됐다고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단지 위험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감소했다고만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탈라노 교수는 "기뢰가 완전히 제거됐다고 말하는 것은 누군가가 해협 통제를 위해 마련한 조치를 뚫고 들어와 다시 기뢰를 매설하기 전까지만 유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