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해변에 호르무즈 피격 선박發 기름띠…"자해한 셈"

8월 초 피격된 벌크선서 유출·확산…이란 공격 추정

이란 ISNA통신이 공개한 이란 케슘 섬 남부 해안의 기름띠 2026.08.13 ⓒ AFP=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이란 해변에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 공격을 받은 선박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기름띠가 밀려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4일(현지시간) 진위를 확인한 소셜미디어 영상과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 케슘 섬의 수자 해변에 대형 기름띠가 형성돼 있다고 보도했다.

기름띠는 케슘 섬 일대 300㎢, 즉 축구장 4만 개에 달하는 면적을 뒤덮고 있다. 환경감시단체 스카이트루스의 존 아모스 최고경영자(CEO)는 규모와 색을 고려할 때 10만 갤런(약 38만 L) 넘는 기름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케슘 섬을 덮친 기름띠는 이달 3일 오만 해역에서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된 라이베리아 국적 벌크선 '미노안 파이오니어' 호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성사진상 기름띠가 수일에 걸쳐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케슘 섬 방향으로 점차 확산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케슘 섬 해안에서 기름 제거 작업이 한창인 모습을 촬영한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공유됐다.

해양정보업체 탱커트랙스의 사미르 마다니 공동 설립자는 "오만 항로를 이용하던 선박들이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여러 차례 이란 공격을 받았다"며 이번 기름 유출 사태를 "이란이 자초한 상처"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미노안 파이오니어 호 피격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외국 벌크선'에서 기름이 유출됐다고만 언급했다. 이란 환경보호 당국 관계자는 기름띠를 거의 다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되자 국제 수로이자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해협 내 자국이 지정한 항로를 따르지 않는 선박을 잇달아 피격하고 있다.

네덜란드 평화 단체 PAX의 환경분쟁 전문가 빔 즈비넨부르크는 피격당한 선박들에서 당장 기름 유출이 없더라도 침몰·파손되는 과정에서 지역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케슘 섬은 이란의 핵심 군사 거점으로 개전 이후 미국의 집중적인 공습을 받았다. 섬의 이란 본토 쪽 방향으로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지정 하라 생물권 보전지역이 위치한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에너지 환경 전문가 케이반 호세이니 박사는 "케슘 섬은 맹그로브(바닷가 서식 식물) 숲과 바다거북 산란지, 주요 어장이 있는 민감한 해양 서식지"라며 기름 유출 사태가 생태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