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호르무즈' 가속하는 걸프 산유국…우회 송유관 신설·추가 박차
UAE, 푸자이라까지 제2 송유관 건설…사우디, 동서 송유관 확장
"돈·시간보다 안정성 중시"…호르무즈 통행량 전쟁 전 수준 회복 어려울 듯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원유 수출길이 막히는 사태를 겪은 걸프 국가들이 대체 수출길 모색을 서두르고 있다. 막대한 돈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해협이 실제 봉쇄되는 경험을 한 이상 대가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걸프 국가들은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으나 전쟁 이후에는 그 규모가 급감했다. 해운정보업체인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8월 3일 주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량은 하루 약 370만 배럴에 불과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는 항구도시 푸자이라에서 24시간 건설 인력을 투입해 원유를 수송하는 제2 송유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만만에 위치한 푸자이라는 UAE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곳으로 UAE는 제2 송유관이 완공되면 원유 수송 능력이 하루 360만 배럴로 두 배 늘어나 생산된 원유 거의 전부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지하지 않고 수출할 수 있다.
UAE 국영 에너지기업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도 이번 주 천연가스 사업 확대에 8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페테르 반드릴 ADNO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UAE 동부 해안에 액화가스 수출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동서 송유관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서 송유관 운송 능력을 하루 100만~200만 배럴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정제유를 운송하기 위한 소규모 병렬 제2 송유관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지르는 동서 송유관은 홍해의 얀부항까지 이어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후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서 송유관을 통해 약 70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원유 수출과 관련한 현재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도 자국 유전과 홍해 또는 오만의 항구를 연결하는 송유관 건설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과 협의하고 있으며, 이라크는 요르단의 아카바항으로 최대 10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할 수 있는 송유관 건설 계획을 요르단과 다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이라크는 키르쿠크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시리아 지중해 연안으로 운송하기 위해 파손된 송유관을 재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걸프 국가들은 수출길이 막히더라도 수출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인도 등에서 원유 저장능력을 확대하며 일종의 물리적 보험도 마련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나세레는 "모두가 추가 저장시설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이제 에너지 안보가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벤 케이힐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에너지 분석가는 "많은 사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출 비중이 다시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다시 그 수송 요충지에 그토록 크게 의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생산국들이 비용이 더 많이 들고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기반 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털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자문회사 크리스톨에너지의 캐럴 나클 CEO는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만 믿었던 것은 어리석었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은 많은 이점을 제공하고 관련 기반 시설도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에 걸프 국가들에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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