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령 세우타 이민자 6만명으로 폭증…'국경 열렸다' 소문에 몰려들어
"가족 먹여 살리려 바다 건넌다"…경제난에 청년들 이주 결심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모로코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에 수만 명의 이주민이 몰려드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부터 모로코 북부 해안을 따라 수많은 이민자가 세우타에 헤엄쳐 들어오면서 현지 당국의 국경 통제가 사실상 마비됐다.
후안 비비스 세우타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약 6만 명의 이주민이 세우타에 유입됐다며, 34명은 국경을 넘던 중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비비스는 이어 "이러한 압박을 감당할 수 없다"며 스페인 정부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했다. 세우타의 거주 인구는 약 8만 명 수준이다.
세우타 진입을 시도한 모로코인들은 세우타를 통해 유럽으로 이주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주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로코인 파티마 자라는 "나는 탕헤르에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세우타 국경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일하러 가자, 우리도 운을 시험해 보자고 말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세우타로 가던 중 국경 도시 프니데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자라는 "끔찍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으로 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국경이 개방됐다는 소문을 듣고 이주를 시도했던 카림은 일부 이민자들의 국경 통과 성공 소식이 많은 이들에게 직접 시도할 용기를 줬다고 전했다.
카림은 "갑자기 국경이 열렸고 일부 청년들이 건넜다는 소문이 들려 모두가 이곳에 오게 됐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남부 마라케시 등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온 모로코인도 있었다. 압델하킴은 국경이 열렸다고 믿고 세우타 국경에 도달하기 위해 산을 14㎞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도착하자 바다로 건너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몸이 완전히 물에 잠겼고 눈앞에서 두 남자가 사망하는 것을 봤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프랑스 르몽드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모로코 이주민 폭증의 원인으로 스페인 대법원의 판결에 유언비어를 유포한 인신매매 조직들을 지목했다.
지난 8일 스페인 대법원은 해상을 통해 세우타·멜리야에 도착한 이주민은 즉시 송환이 불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산체스 총리는 "인신매매 마피아가 대법원 판결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며 "유언비어가 최근 몇 시간 동안 들불처럼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모로코 인권협회(AMDH) 활동가 자밀라 엘 압부디는 르몽드에 "이 판결이 이주민들이 바다를 통해 세우타로 향하도록 부추겼다"며 "상황이 재앙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스페인 정부가 발표한 50만 명 규모 미등록 이주민 양성화 방침이 극심한 청년실업을 겪고 있는 모로코인들의 이주 시도를 부추긴 또 하나의 원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모로코 정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모로코의 경제성장률은 4.6%를 기록했으나,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률은 10.8%, 15~24세 청년 실업률은 29.2%에 달했다.
사회학자 알리 주베이디는 "때론 부모의 허락을 받고 집을 떠나는 이들 청년은 가족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는 보증 수표가 된다"며 "스페인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를 발표한 것 역시 청년들의 세우타 진입을 시도하도록 부추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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