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산 썼더니 되레 이란 핵심표적 됐다…요르단서 '美철군' 여론
이란, 요르단 미군기지 잇단 공격…"전쟁 휘말린다" 불안감
정치·법조계 수백 명, 정부에 반기…'친미 동맹' 균열 조짐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의 중동 동맹국인 요르단에서 미군 철수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요르단에서는 정치, 법조계 등 각계 주요 인사 수백 명이 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며 정부의 친미 노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엄격히 통제해 온 요르단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격화되면서 친미 노선을 걸어온 요르단이 직접적인 전쟁 위협에 노출됨에 따라 내부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최근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로 인해 요르단 전역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등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요르단 미군 기지에서 미군 장병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서명자들은 서한에서 "미군 주둔은 요르단을 안보, 정치, 경제적 위험에 노출하고 있다"며 "우리와 무관한 지역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높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요르단에는 약 4000명의 미군이 주둔하며 중동 내 미군 작전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 군사력이 취약한 요르단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포기하기 어려운 처지다.
지난해에만 미국으로부터 16억5000만 달러(약 2조4000억 원)에 달하는 경제 및 군사 지원을 받는 등 대미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전쟁 발발로 국가 수입의 최대 18%를 차지하는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미국의 원조는 더욱 절실하다.
요르단 정부가 이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미군 철수 요구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다.
현재 요르단 정부는 반정부 목소리를 억누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가짜뉴스 유포', '사회적 평화 위협' 등을 이유로 언론인과 활동가를 처벌할 수 있는 사이버범죄법을 제정했다.
정부 비판을 담은 이번 서한 역시 어떤 언론도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보도 통제와 언론의 자기 검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서한에 서명한 정치 운동가 수피안 알텔(90)은 NYT에 "정부의 정책과 요르단 국민의 뜻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정부의 대응은 우리를 감옥으로 끌고 가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에서도 미군 사망에 대한 조의를 표하자는 제안에 "미군은 어린이를 죽이는 살인자"라는 고성이 터져 나오는 등 반감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요르단 안보 정책의 핵심인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비판한 것은 매우 담대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요르단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안정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이란의 보복 공격이라는 직접적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안보 딜레마' 속에서 당분간 위태로운 상황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언론인 다우드 쿠탑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상황이라 이번 움직임이 대규모 저항으로 번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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