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쿠웨이트, 이달 초 전투기로 이란 군사시설 비밀 공습"

UAE 이어 보복 공습 첫 참가…이란戰 장기화에 걸프국 어려움 가중

지난달 2일(현지시간) 살리미야의 걸프만 해안가 맞은편에서 쿠웨이트시티의 마천루가 바라보이고 있다. 2026.06.02.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바레인과 쿠웨이트가 이달 초 비밀리에 전투기를 보내 이란 내 군사 시설을 처음으로 공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2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공습은 이란의 다른 군사 시설들과 함께 드론·미사일 격납고를 표적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UAE)는 아랍 국가 간 협력의 표시로 목표물과 정보와 방어적 공중 엄호를 제공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바레인과 쿠웨이트는 미국·유럽산 전투기로 무장한 작은 규모의 공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이란이 아무런 저항 없이 자신들을 계속 공격하도록 내버려두길 원치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앞서 걸프국 중에서는 UAE가 전쟁 초기부터 미국과 이스라엘과 공조해 이란에 수십 차례 공습을 가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바레인과 쿠웨이트도 군사 보복에 나섰다는 소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알자인 알사바 주미 쿠웨이트 대사는 "쿠웨이트는 이란을 향한 어떤 군사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웃 국가를 공격하는 데 영토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중순 종전 양해각서(MOU)를 발효했지만 지난 7일부터 상호 휴전 위반을 주장하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교전을 재개했다.

미국은 이란을 지난 11일부터 13일 연속 공습했고, 이란은 바레인과 쿠웨이트 등 친미 성향 걸프 국가들 내 미군 기지와 민간 시설에 집중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란은 이달 초 UAE 유조선 2척을 공격하긴 했으나, 최근 몇 주 동안은 UAE에 대한 공격을 대체로 자제했다. 그러나 미군 기지가 자리 잡은 쿠웨이트와 바레인에 대해서는 계속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의 공습은 이들 국가의 군사 시설에 국한되지 않았다. 쿠웨이트 외교부는 지난 19일 이란이 자국 발전소와 해수 담수화 시설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이를 자국민에 대한 위협이자 위험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규탄했다.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공격에 강하게 보복하기도, 계속 인내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WSJ는 전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중동 분석가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지금처럼 전쟁이 계속되는 것은 그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불안정한 지역의 안정적인 피난처라는 이미지를 다시 쌓아 올릴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WSJ에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그간 이란의 공격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오던 걸프 국가들의 셈법도 급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메르 카림 버밍엄대 연구원은 "걸프 국가들이 이 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본다"며 "이는 결국 이들이 이란과 공개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카림은 또한 "현 이란 정권과 이웃으로 존재하는 것은 사실상 이란의 패권에 굴복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각국 정부가 이란 정권을 교체하는 구상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WSJ에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