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에 '알박기' 정착촌 선언…트럼프 합의 위반
서안지구엔 6000억 비밀 예산…미국 반대 의식해 숨겨와
이스라엘군 "테러범 7만명 사살"…어린이 2만명 포함 논란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국제법상 불법인 유대인 정착촌 확장을 동시에 강행하겠다고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 내 정착촌 건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한 휴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이 예상된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채널14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이스라엘 정착촌이 있던 가자지구 북부 부지에 3개의 '나할(Nahal)' 전초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겉으로는 군사 요새 형태를 띠는 나할에서는 민간인 정착촌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동안 서안지구의 수많은 정착촌이 이 방식으로 건설됐다.
같은 날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정착촌 확장을 위해 13억 셰켈(약 637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을 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의 반대를 우려해 이 사안을 지난 한 달간 비밀에 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27일 총선을 앞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임기 만료 전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통제권을 기정사실로 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움직임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타미르 야다이 이스라엘군 부참모총장은 국방장관에게 한 대면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현재 가자지구 영토의 65%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중재로 합의된 휴전선인 53%를 크게 넘어선 수치로, 이로 인해 생존한 팔레스타인 주민 약 200만 명은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불과한 좁은 구역에 밀집해 살고 있다.
야다이 부참모총장은 이 브리핑에서 "영토의 65%를 통제하고 이곳에서 7만 명 이상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했는데, 이를 승리 외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더 큰 논란을 불렀다.
이스라엘군도 대체로 정확하다고 인정한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의 사망자 명단(약 7만3000명)에는 어린이 2만1000명(이 중 1000여 명은 한 살도 안 된 영아), 여성 1만 명, 노인 5000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민간인 희생자 전체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스라엘군은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이스라엘군의 노골적인 정착민 비호 행태도 드러났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관할하는 아비 블루트 중장은 이스라엘 법으로도 불법인 극단주의 정착민 단체 대표들과 만나 "그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하며, 군의 안보 파트너로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사무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착민의 폭력은 곧 국가의 폭력"이라며 이스라엘이 정착민을 앞세워 영토 합병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의 강경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카츠 국방장관은 이스라엘군 점령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거지를 둘러본 뒤 "직접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평화운동 단체 '피스 나우'의 활동가 하깃 오프란은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현 정부는 선거 전 기정사실을 만들기 위해 공공 재정을 약탈하는 무모한 질주를 벌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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