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맞서겠다면 히잡 안써도 괜찮아"…이란 정권 新포용정책
NYT "反정부 인사까지 끌어안는 새 선전전 온라인 확산"
"경제 위기 등 대응 위해 외세에 대한 대중적 분노 활용"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이란 정권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뒤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과 과거 반정부 성향 인사까지 포용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새로운 민족주의 메시지를 선전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최근 이란 친정부 세력의 온라인 공간에선 과거 이슬람공화국에 비판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인물들이 미·이스라엘과의 전쟁 후 입장을 바꿨다는 취지의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한 영상엔 분홍색 상의와 청바지를 입고 히잡을 쓰지 않은 젊은 여성이 검은 차도르를 두른 여성들 사이에서 친정부 성향 영화 제작자 호세인 샤마그다리와 대화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여성은 자신이 과거엔 이슬람공화국이나 최고지도자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올 2월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뒤엔 혁명수비대(IRGC) 등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NYT는 "해당 여성이 누군지, 실제로 입장을 바꾼 건지 확인할 순 없었다"면서도 "이 영상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란 정권과 지지층이 한때 체제에 반발했던 사람들까지 끌어안는 새로운 방식으로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단 것이다.
일례로 지난 달 이란 사법부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이 집 안에 있는 사진을 보도한 국영 IRNA 편집장을 소환했으나, 그 뒤 국영방송에선 "우린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 차이를 적대적인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소개됐다.
이란 정권은 자신들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겼고, 현재 진행 중인 평화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은 이달 17일 미국과 종전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그 후속 협상에 나선 상태다.
NYT는 "전쟁 이후 경제 위기는 더 깊어졌고, 전쟁 직전 이란 전역을 휩쓸었던 반정부 시위의 상처도 남아 있다"며 "이란 정부가 이런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외세의 공격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워싱턴 소재 중동 싱크탱크 DAWN의 이란 분석가 오미드 메마리안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이 최근 친정부 선전물과 집회 영상 등에 등장하는 데 대해 "히잡 착용 의무는 수십 년간 이슬람공화국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의 가장 깊은 균열 중 하나였다"며 "그러나 전쟁 이후 이란 사회의 주요 정치·사회적 균열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친정부 세력들이 외세의 공격과 그에 따른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히잡 착용을 거부하더라도 일시적으로나마 용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단 것이다.
그러나 이란에서 히잡 착용은 여전히 법적 의무이며, 이를 어긴 여성은 체포되거나 처벌받을 수 있다. 인권 단체에 따르면 이란 가수 파라스투 아흐마디는 지난 2024년 히잡을 쓰지 않고 공연했단 이유로 최근 태형 74대를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이란 내에선 정권의 '위선'적 태도를 비판하는 시선도 있다. 테헤란 시민 마리암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에 대해 "전쟁이 발발하자 갑자기 '우린 모두 이란인'이라며 히잡 미착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선 전쟁 위협이 사라지면 정권이 히잡 미착용 단속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 브랜다이스대의 중동사학자 나그메 소라비는 "전쟁 전 이란 사회가 친정부와 반정부란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었다면 지금은 반정부 진영도 미국 주도 전쟁을 지지하는 쪽과 전쟁에 반대하는 쪽으로 갈라졌다"며 "정부 지지층 역시 전쟁 지속을 원하는 쪽과 협상을 통한 종전을 원하는 쪽으로 나뉘어 있다"고 지적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문화분석가 로야 호슈네비스는 "민족주의 열기만으로 이런 균열이 치유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쟁을 견뎌냈다는 집단적 자부심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ys417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