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자·이란까지 수렁…트럼프 '거래의 기술'은 어디갔나
이란 종전 합의 공전…우크라·가자 중재도 멀어져
군사력만 믿고 대외 개입…"외교는 지속적 관리와 후속 조치 필요"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우크라이나·가자지구·이란 전쟁 종식이 모두 요원해 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시하던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부동산 재벌 시절 트럼프의 저서 제목)도 빛이 바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사이 미국·이란 협상단이 마련한 양해각서(MOU) 초안에 퇴짜를 놓고, 이란이 '노딜'(no deal·협상 결렬)까지 대비하겠다고 밝히면서 종전 합의는 또다시 안갯속에 놓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가자지구에 이어 이제 이란까지 쉬운 승리를 공언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외 개입 전략을 군사력에만 의거해 잘못 이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중재를 자처했다. 그러나 영토 이양이라는 최대 쟁점을 둘러싸고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집권 2기 취임 16개월이 흘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작년 10월 트럼프 행정부 중재로
2년여 만에 가자지구 1단계 휴전을 합의했지만 하마스 무장 해제, 국제 안정화군(ISF) 창설 등 다음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의 선 공격으로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아예 밀려났다.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대표는 "외교 정책은 대개 길고 어려운 사업"이라며 "중요한 것은 거창하고 극적인 발표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후속 조치"라고 말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가자지구·이란 협상을 모두 맡은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특사는 이란 개전 초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막대한 군사적 압박에도 이란이 왜 항복하지 않는지 의아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합의를 거부하는 상황을 놓고 문제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했음을 인정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살얼음판을 걷는 관계를 놓고도 답답함을 여러 차례 토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가지 분쟁 모두에서 일단 무력 충돌을 중단시키고 최대 난제들은 논의를 뒤로 미루는 '제한적 합의'를 노려 왔다. 후속 협상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충돌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모하마드 바지 뉴욕대학교 근동연구센터(CNES) 소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은 이란과의 협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걸프국 무차별 공격으로 협상에서 미국보다 유리한 지렛대를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참패 시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임기 중후반 영향력 약화)이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겉으로는 선거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가 종전을 서두르면서 이란과 반쪽짜리 합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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