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스라엘과 수교해" 뜬금 요구에 중동 국가들 '뭐래'

중동 관리들 "트럼프 요구, '이란에 너무 양보' 지지층 반발 무마용"
아브라함협정 확대 가능성 낮지만…트럼프 눈치에 공개반발은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0년 9월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UAE의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외무장관, 바레인의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외무장관과 함께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간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골자로 하는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요구받은 중동 국가들이 비웃거나 침묵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국가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눈 뒤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할 것을 중동 국가들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도 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며 "그들 역시 이 독보적인 세계적 연합의 일원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시기였던 지난 2020년 성사된 이 협정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이 동참해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었다.

일부 중동 관리들은 이 요구가 미국이 이란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지지층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한 걸프 국가의 외교관은 "분노한 지지층을 진정시키기 위한 현명한 전술"이라며 "그는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겠지만 이는 협상 내용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직 미국 관리는 아랍 소식통 중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독약"으로 본다며 "이는 이란이나 관련 국가들 어느 쪽도 수용하지 않을 새로운 평화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직 관리도 중동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좌절감이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중재해 온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개인 견해임을 전제로 "이런 협정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 근본적인 견해와 충돌한다"고 일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실질적 방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수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오히려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는 대신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서 손을 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중동 국가들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논평을 거부하거나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이 점이 "이 주제가 얼마나 민감한지 보여주는 신호"라며 이들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사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래트니 전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미국 대사는 "걸프 국가들은 모두 트럼프를 적대시하지 않으면서도, 그가 자신들의 핵심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전쟁을 매우 불완전하게나마 종결시키려 애쓰는 듯하다"고 말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