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무슬림, 폭염 속 '하지' 순례 시작…'중동 평화' 기원

메카 미나 텐트촌 집결…사우디, 45도 폭염에 온열질환 경고

무슬림 순례객들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대사원 인근에 설치된 물안개 선풍기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 2026.05.25.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150만 명이 넘는 무슬림 순례객들이 2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연례 '하지' 순례를 시작했다. 순례객들은 막판 기로에 놓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이란의 종전 합의 및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협상과 관련해 중동 지역 평화를 기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흰색 순례복을 입은 무슬림들이 이날 버스나 도보로 메카 인근 미나의 대규모 텐트촌에 속속 도착했다. 이들은 앞서 메카 대사원 중심부에 있는 검은 입방체 구조물 '카바'를 7바퀴 도는 '타와프' 의식을 마쳤다.

'하지'(Hajj)는 무슬림이 지켜야 할 핵심 의무를 말하는 '다섯 기둥'(신앙고백·예배·자선·금식·순례) 중 마지막 의무로, 경제·신체적으로 능력이 있는 무슬림이라면 일생에 한 번은 수행해야 한다. 남성 순례객은 신분·국적을 초월한 신앙 공동체의 일체감을 상징하는 이음매 없는 흰색 천을 두르고, 여성은 얼굴과 손을 제외한 신체를 가리는 헐렁한 옷을 입는다.

올해 하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불안정한 휴전 연장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 합의를 놓고 엇갈린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위대하고 의미 있는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합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지 순례엔 이란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온 무슬림들이 참여했다고 AFP가 전했다. 이란이 최근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과정에서 사우디와 걸프 주변국 내 목표물도 공격했지만, 사우디 당국은 성지순례 기간만큼은 갈등이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게 AFP의 설명이다.

사우디 당국은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해외에서 입국한 순례객 수가 작년보다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사우디 국방부는 메카 외곽에 배치된 첨단 방공 포대 영상을 SNS에 공개하면서 "방공군은 성지 상공을 보호하고 모든 공중 위협에 대응해 순례객들의 안전과 평온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집트 출신 50대 순례객 무함마드 샤하다는 대사원을 빠져나오는 인파 속에서 "이란 전쟁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며 "누구도 전쟁이나 국가와 국민에 대한 피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순례객들이 미나에 도착하는 동안 현지 기온은 45도까지 치솟았다. 사우디 보건당국은 순례객들에게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양산을 쓰고 햇볕 노출을 줄일 것을 당부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