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비트코인 기반 선박보험 선보여…"통행세 제도화" 포석

"보험 가입이 곧 통행 허가"…국제 해운업계 긴장
美·中 모두 "국제해협 자유항행 보장해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이어지던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북부 라스알카이마에서 바라본 걸프 해역의 화물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고 있다. 2026.5.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이란이 비트코인 기반 선박 보험 제도를 추진하며 사실상 글로벌 해운업계를 상대로 정치적 충성도 시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보험 상품 판매를 넘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제도적으로 공식화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다.

18일(현지시간) 알자지라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운영과 통제를 담당할 새로운 기구인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 설립을 발표했다. 이 기구는 해협 통항 상황과 운영 현황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한다.

PGSA 설립과 함께 암호화폐 기반 선박 보험 시스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6일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결제 기반 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호르무즈 세이프(Hormuz Safe)'라는 플랫폼을 통해 선박과 화물 보험 상품을 제공하며 결제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란은 보험 가입 선박에 대해 암호화된 통항 인증 기능도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를 단순 보험 상품이라기보다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통행세 혹은 정치적 충성 테스트에 가깝게 보는 시각이 나온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국제 해운업계에서는 보험 자체보다 "이란이 통제하는 시스템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가"가 핵심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과 비트코인을 결합한 구조 자체가 미국 제재와 자금세탁 리스크 논란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선사와 보험사들이 쉽게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이란의 구상이 완전히 비현실적인 시도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핵심은 단순히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제도적으로 공식화하려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법상 국제 해협에 대한 일방적 통행료 부과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란은 이를 직접적인 통행세 대신 보험·안전관리 서비스 형태로 포장해 사실상의 통제권을 인정받으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를 제도화하겠다는 메시지에 가까울 수 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태다. 평시 전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던 핵심 해상 요충지다. 이란은 그동안 일부 상선으로부터 사실상 통행료 성격의 비용을 받아온 사실도 인정했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해협 통행 제한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국제 수로는 자유롭게 개방돼야 하며 어떤 국가도 일방적으로 통행료를 부과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최근 미중 정상회담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화와 통행료 부과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즉각적인 해협 정상화와 차별 없는 자유 항행 보장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금융·보험 신뢰 부족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버풀존무어대 해양센터의 압둘 칼리크 교수는 알자지라 통신에 "해상 보험은 국제 재보험 체계와 금융 신뢰가 핵심인데 제재를 받는 이란은 글로벌 보험 시스템 접근 자체가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