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약해지자 20년만에'…팔레스타인 가자 일부서 선거 실시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 중부 데이르 알 발라에서 지방선거
서안지구에선 파타당 후보만 계속 출마해 주민 불만

2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 남쪽 카바티야 마을에서 열린 지방선거에서 한 팔레스타인 고령 여성이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표시하고 있다. 이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중앙 일부 지역에서 전쟁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2026.04.25.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의 가자 전쟁 이후 첫 지방선거를 실시했다. 점령된 요르단강 서안지구 전체와 가자지구 중부 일부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시의회) 구성원을 선출하는 선거다. 가자지구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에서는 중앙 도시 데이르 알발라에서만 투표가 진행돼 전체 인구의 5% 미만인 약 7만 명이 참여했다. 이곳은 약 2년간의 이스라엘 폭격에도 피해가 가장 적었던 지역이다.

이번 선거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공식적으로 배제된 채 치러졌다. 7만명이 참여하는 작은 선거지만 하마스가 2006년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선거라 유권자들은 “전쟁 후 민주주의가 돌아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투표소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많은 학교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되어 선거관리위원회는 천막을 대신 사용해야 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그간 줄곧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이스라엘 인정 및 '두 국가 해법' 지지 등 특정 조건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은 하마스가 강력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가자지구에서 선거도 치르지 않았다.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무장 세력으로서 가자지구를 장악해 행정력을 마비시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전쟁과 국제 압박으로 하마스가 약해지자, 제한적이고 상징적이지만 이번 선거가 가능해졌다.

하마스는 공식 후보 명단을 내진 않았지만 대신 하마스의 병력이 투표소 주변을 둘러싸고 경비하는 방식으로 관여했다. 이번 투표 결과는 26일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점령된 서안 지구에서는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방 선거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드러냈다. 지방 행정 책임자를 결정하는 지방 선거는 서안 지구에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그러나 라말라와 나블루스 같은 주요 도시에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립 이후 줄곧 정권을 장악해 온 파타당 후보들만 출마했다.

이에 따라 한 저명한 팔레스타인 언론인은 이번 선거를 "신랑 없는 결혼식"에 비유했다고 CNN은 전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