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내부 대미 강경파·협상파 갈등, 전쟁 종식에 걸림돌"

WSJ "강경파, 美와 협상한 갈리바프에 '전략적 실수' 비난"
의견 조율할 최고지도자는 두문불출…"협상력 높이려는 전술" 분석도

미국 성조기와 이란 국기 일러스트. 2026.03.2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이란 전쟁 이후 드러난 이란 지도부의 내분이 전쟁 종식의 주요 걸림돌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협상이 결렬된 이후 2차 협상 날짜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우라늄 농축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란 내부의 갈등도 협상 난항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이란 강경파, 1차 때 "왜 핵 문제 테이블에 올렸냐…전략적 실수" 비판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2024년 11월 테헤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27 ⓒ 로이터=뉴스1

WSJ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달 초 1차 협상에서 미국이 이란이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던 사안들에 대해 중재국이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하자 이란 측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정치권 내부 강경파는 전쟁 이후 새로 세력을 확장했다. 이들은 1차 협상 대표단으로 참여한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등이 핵 프로그램을 협상 의제로 꺼낸 것 자체를 비난했다. 당시 미국은 20년간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했고, 이란 측은 5년간 중단을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 일원이었던 초강경파 마무드 나바비안 의원은 갈리바프 의장이 협상을 주도한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강경파와 연계된 관영 통신사인 '학생 뉴스 네트워크'에 "파키스탄 협상에서 우리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며 "우리는 핵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됐다. 그렇게 함으로써 적들이 더욱 대담해졌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바히디 IRGC 총사령관 역시 지나친 양보를 반대해 왔다.

이견 조율할 최고지도자는 두문불출…"협상력 높이려는 전술" 분석도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왼쪽)와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 신임 최고지도자. 2026.3.10 ⓒ AFP=뉴스1

미국 싱크탱크인 윌슨 센터의 중동 전문가 모하메드 아메르시는 "최고위층의 의사결정 기구가 주저와 망설임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란의 최선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부 논쟁이 합의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갈리바프 의장의 사임설까지 제기되자 이란 국회는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갈리바프 의장도 "이란에는 극단주의자나 온건파가 없다"며 “우리는 모두 '이란인'이자 '혁명가'"라고 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거의 동일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내부 갈등의 주요 원인은 서로 다른 파벌의 의견을 조율할 최고권력자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가 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미국, 이스라엘과 중재국은 모즈타바가 부상을 입고 은둔 중이며,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기 어려운 것으로 추정한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이란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인 라즈 짐트는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전투 중단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당시 최고지도자와 달리 "이제는 그 독이 든 잔(어려운 결정)을 마실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란 내부의 갈등이 일종의 협상 전술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란 군사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테네시대의 사이드 골카르 조교수는 "각기 다른 권력 중심지들이 공식 회담 전에 더 유리한 양보를 얻어내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난색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