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표단 "종전 합의, 미국 아닌 이란 조건 따라야…대화는 계속"(종합2보)

아라그치, 샤리프 총리·무니르 참모총장 등과 회동…파키스탄이 美메시지 전달
이란군 중앙사령부 "봉쇄·강도질·해적행위 계속 땐 대응…호르무즈 통제 유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25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회담하고 있다. 2026.4.2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이란 측이 "미국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어떤 합의도 미국이 아닌 이란의 조건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미·이란 간 협상 중재국인 파키스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AFP·로이터·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 중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 이란 측 대표단은 파키스탄 당국자들과의 연쇄 회동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파키스탄 총리실은 아라그치 장관이 이날 셰바즈 샤리프 총리를 예방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엔 모하마드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도 배석했다. 무니르 총장은 앞서 미·이란 간 중재에 관여해 '2주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외무부는 아라그치 장관은 샤리프 총리 등에게 미·이란 휴전 중재 노력에 대한 사의를 표시하고 "휴전에 관한 최근 상황 및 이란에 강압적인 종전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란 대표단은 자국의 요구 사항, 그리고 미국의 요구 중 유보한 사항을 파키스탄 당국자들에게 설명했다"며 "미·이란 간 잠재적 협상 관련 제안에 논의가 집중됐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파키스탄 당국자들은 이 자리에서 미국 측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란 대표단은 그에 답변하기도 했다.

이란 측은 아라그치 장관의 파키스탄 체류 기간 중 "미국과의 직접 협상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으나,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대화 채널은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26일쯤 현지에 도착, 파키스탄 당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2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물선 '에파미논다스'호를 나포하고 있다. 2026.4.25. ⓒ 로이터=뉴스1

특히 이란 측은 파키스탄 당국자들과의 이번 회동에서 자국의 조건과 제안을 강조하면서도 "전쟁 종식을 위한 향후 외교 관여 방향을 정하기 위해 계속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한 파키스탄 지도부의 "지칠 줄 모르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평가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미·이란 간 협상 상황을 잘 아는 파키스탄 정부 소식통은 "이란이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앞서 신뢰 구축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와 나포 선박·선원 석방 등이 협의의 전제 조건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이란 측은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이용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백악관은 이란과의 협상 의제에 핵물질 인도와 핵무기 비개발 공약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대이란 해상 봉쇄는 "필요한 만큼 유지한다"는 게 미군 당국의 입장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오전엔 무니르 총장을 따로 만났다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이 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이란 간 휴전 성사와 전쟁 종식을 위한 파키스탄 정부, 특히 무니르 총장의 중재 노력을 평가하고 이란 측 견해와 고려 사항을 전달했다고 이란 측이 밝혔다. 이에 대해 무니르 총장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재 노력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에 돌입한 이란은 이후 각국 유조선 등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맞서 미국 측은 이달 13일부터 이란 항만을 오가는 모든 선박을 차단하는 이른바 '역봉쇄' 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은 이란 국적 선박을 무력으로 나포하기도 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또한 미국·이스라엘과의 연계 등을 이유로 일부 선박을 나포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군 주력 지휘부인 하탐 알아니비야 중앙사령부는 미국의 역봉쇄 조치를 겨냥, "침략자 미군이 역내에서 봉쇄와 강도질, 해적 행위를 계속한다면 강력한 이란군의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며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이란 국영방송 IRIB 등에 따르면 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우린 적들의 행동과 움직임을 감시할 준비와 결의를 갖추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관리·통제하겠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령부는 필요시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더 심각한 피해"를 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 정부는 지난 7일 이란과의 '2주 휴전'에 합의한 뒤 11~12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 첫 대면 협상을 진행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미국 측은 휴전 종료에 즈음한 22일 두 번째 대면 협상을 추진했지만, 이란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란과의 휴전 연장을 선언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