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표단 "종전 합의, 미국 아닌 이란 조건 따라야"(종합)

중재국 파키스탄에 자국 요구 및 美요구 중 유보사항 설명
이란군 중앙사령부 "봉쇄·강도질·해적 행위 계속 땐 대응"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왼쪽)이 25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2026.4.2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이란 측이 "미국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어떤 합의도 미국이 아닌 이란의 조건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미·이란 간 협상 중재국인 파키스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 중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 이란 측 대표단은 파키스탄 당국자들과의 회동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아라그치 장관이 자국의 요구 사항, 그리고 미국의 요구 중 유보한 사항을 파키스탄 당국자들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전날 오후 늦게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이란 측은 아라그치 장관의 파키스탄 체류 기간 중 "미국과의 직접 협상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으나,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대화 채널은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26일쯤 현지에 도착, 파키스탄 당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미·이란 간 협상 상황을 잘 아는 파키스탄 정부 소식통은 "이란이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앞서 신뢰 구축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와 나포 선박·선원 석방 등이 협의의 전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란 측은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이용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에 돌입한 이란은 이후 각국 유조선 등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맞서 미국 측 이달 13일부터 이란 항만을 오가는 모든 선박을 차단하는 '역봉쇄'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이란 국적 선박을 무력으로 나포하기도 했다. 이에 이란 측 역시 선박 나포 등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2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물선 '에파미논다스'호를 나포하고 있다. 2026.4.25. ⓒ 로이터=뉴스1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오전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과 만난 자리에선 미·이란 간 휴전에 관한 최신 상황과 중동 지역 평화·안정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이 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이란 간 휴전 성사와 전쟁 종식을 위한 파키스탄 정부, 특히 무니르 총장의 중재 노력을 평가하고 이란 측 견해와 고려 사항을 전달했다고 이란 측이 밝혔다. 이에 대해 무니르 총장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재 노력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무니르 총장은 앞서 미·이란 간 중재를 통해 '2주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달 7일 이란과의 '2주 휴전'에 합의한 미 정부는 11~12일 이란과의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대면 협상을 진행한 데 이어, 22일쯤 두 번째 대면 협상을 진행하려 했지만, 이란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란과의 휴전 연장을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군 주력 지휘부인 하탐 알아니비야 중앙사령부는 미국의 역봉쇄 조치를 겨냥, "침략자 미군이 역내에서 봉쇄와 강도질, 해적 행위를 계속한다면 강력한 이란군의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며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이란 국영방송 IRIB 등에 따르면 사령부는 이날 성명에서 "우린 적들의 행동과 움직임을 감시할 준비와 결의를 갖추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관리·통제하겠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령부는 필요할 경우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더 심각한 피해"를 가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