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핵 집중한 美-이란…걸프국 "미사일·대리세력 뒷전" 우려

전문가들 "최대치가 호르무즈 재개방…지역 긴장 해소에 모자라"
"美, 지역안보에 필수이지만…단일 외부 보호자 의존에 한계" 지적

ⓒ 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여부가 미-이란 종전 협상의 핵심이 되면서 이란의 미사일과 역내 친이란 무장 대리 세력으로 고통받는 걸프국의 상황이 뒷전이 됐다. 전문가들은 협상에서 나올 최대치가 호르무즈 재개방이 될 것이며 이 지역 긴장 상태가 해소보다는 관리 수준의 안정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분석에 따르면 협상 관계자들과 분석가들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차기 협상이 이란의 미사일이나 지역 대리 세력보다는 우라늄 농축 제한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어떻게 다룰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걸프 소식통은 "결국 호르무즈가 레드라인(한계선)이 될 것"이라며 "예전엔 쟁점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그렇다. 목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도 지난 7일 X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이미 핵무기를 시험했다. 그것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란 안보 관계자들 역시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이란의 한 고위 안보 소식통은 "이란은 수년간 호르무즈 봉쇄 시나리오를 준비해 왔다. 오늘날 이는 가장 효과적인 억지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해협을 "이란의 지리적 위치에 뿌리내린, 세계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황금빛 자산", 또 다른 혁명수비대 측근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칼집에서 뽑힌 칼"이라고 표현했다.

분석가들은 협상이 미사일·드론·대리 세력 문제보다 호르무즈의 글로벌 경제적 영향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걸프 안보 우려가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에미리트 정책센터 엡테삼 알케트비 소장은 "지금 형성되는 것은 역사적 합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갈등의 의도적 설계"라며 "미사일과 대리 세력, 그리고 호르무즈까지 다뤄야 좋은 합의가 될 텐데, 그들은 미사일이나 대리 세력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에 들어간 가운데 5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연기 기둥이 솟구치고 있다. 2026.03.05. ⓒ 로이터=뉴스1

분석가들은 이러한 협상 방식이 긴장을 해소하기보다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고 본다.

아랍 걸프 지역의 미국에 대한 여론은 조용한 불만에서 좌절감과 혼란까지 다양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예를 들어 사우디 걸프연구센터 압둘아지즈 사게르 의장은 "미국은 지역 안보의 필수적 부분이지만, 일방적으로 행동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 학자 압둘칼레크 압둘라는 "걸프 국가들이 전쟁을 버틴 것은 자체 방어력과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엇·사드(THAAD) 같은 첨단 무기 덕분"이라면서도 "미국은 호르무즈 충돌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며 미국 역시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두바이 연구센터 브후스(B’huth)의 모하메드 바하룬 소장은 걸프 국가들이 얻은 "전쟁의 교훈은 단일 외부 보호자에 의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이란과의 충돌을 경고해 왔지만, 전쟁 이후 공개적으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로이터는 "이는 외교적 절제이자, 자신들이 경제적 피해와 방위비를 감당하면서도 통제권은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