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메이저들, 중동 위기에 아프리카·남미 물색…탐사투자 대이동

WSJ "엑손모빌·셰브론 등 180조 규모 탐사 투자 예상"

미국 텍사스주 베이타운 소재 엑손모빌 정유공장. 23.02.0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중동 전쟁 리스크를 피해 아프리카와 남미, 지중해 등으로 탐사 투자를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최근 나이지리아 심해 유전에 최대 24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리스 연안 시추와 트리니다드토바고 심해 탐사에도 착수했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에서 자산 스왑을 통해 중질유 지분을 늘렸고, 이집트 지중해 해역 900만 에이커(약 3만 6420㎢)에 대한 탐사 작업을 연내 시작할 예정이다. BP는 나미비아 해상 유전 지분을 매입했고, 토탈에너지스는 튀르키예와 탐사 계약을 체결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매켄지는 "메이저 기업들의 탐사 활동이 향후 1200억 달러(약 177조 원)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일일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이란은 올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이에 미국의 원유 선물 가격은 전쟁 전 배럴당 60달러대 중반에서 88달러 부근까지 올랐다.

지난 17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이란 측이 '해협 개방'을 언급해 유가가 급락했으나, 이란이 곧 '재봉쇄'를 발표하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중동에서 석유·천연가스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들의 피해도 가시화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올 1분기 글로벌 생산량이 전쟁의 영향으로 6% 감소했고, 카타르 천연가스 시설 피해로 연간 약 50억 달러(약 7조 3700억 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합작 파트너인 카타르 에너지는 시설 피해 복구에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셰브론은 전쟁 발발에 앞서 이라크 바스라 오일의 세계 최대 육상 유전 중 하나인 웨스트쿠르나2 지분 인수를 위한 독점 협상에 나섰으나, "중동 분쟁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서방 기업의 지역 내 대규모 계약은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과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지난 17일 메이저 기업 임원들과의 통화에서 석유 공급 부족에 대비한 생산량 확대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업들은 현재 예산 범위 내에서의 증산을 선호하며, 대규모 신규 투자에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이 전했다.

업계에서는 메이저 업체들의 석유 탐사 확대가 단기적 유가 대응을 넘어 2030년대 수익원 확보라는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 생산국들은 2050년까지 세계 수요를 맞추기 위해 3000억 배럴의 신규 매장량을 확보해야 한다.

컨설팅 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의 슈라이너 파커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 병목이 해소되더라도 당분간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페르시아만에서 나오는 모든 석유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어 '프런티어' 탐사로의 이동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