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 '분수령'…호르무즈 긴장 완화에도 핵문제 이견 여전

트럼프 “합의 임박” 주장에 이란은 신중론…추가 협상 결과 주목

지난 12일(현지시간) 오만의 무산담주 해안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모습. 2026.04.1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중동 긴장이 다소 완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란의 핵 문제를 둘러싼 미·이란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해 이르면 19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협상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과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이란의 종전 합의가 "하루이틀 내" 이뤄질 수 있다는 낙관론을 폈다. 그는 양측이 이번 주말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이란의 이른바 '핵 먼지'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렸지만, 대이란 해상 봉쇄는 합의가 완료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은 협상 세부 내용, 특히 핵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결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의 전쟁 종식을 위한 예비합의가 수일 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핵 문제를 포함한 핵심 쟁점에는 "상당한 이견"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핵에 관해선 어떤 세부사항도 합의되지 않았다"며 진지한 협상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핵 먼지', 즉 이란 내 농축우라늄 반출 문제를 두고도 양측 주장은 엇갈렸다. 이란 외무부는 자국의 농축우라늄이 미국은 물론 어느 곳으로도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과의 최근 협상은 우라늄 회수보다 전쟁 종식, 제재 해제, 전쟁 피해 보상 문제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협상 내용을 잘 아는 이란 고위당국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대체 사실(alternative facts)"로 규정하고 고농축우라늄의 미국 이전은 "논의조차 시작할 수 없는 요구(non-starter)"이며 우라늄 농축의 무기한 중단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C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이란이 농축우라늄 제거를 포함한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 병력이 아닌 "우리 국민(our people)"이 우라늄 회수에 투입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미 당국자 등 소식통을 인용, "미국이 동결된 이란 자금 200억 달러를 해제하는 대가로 이란이 농축우라늄 비축량을 포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의 협상 상황과 이스라엘-레바논 간 휴전 합의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4.16. ⓒ AFP=뉴스1

미·이란 간 추가 협상을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일단은 한고비를 넘긴 모습이다. 이란 측이 레바논 휴전과 연계해 상선의 해협 통항을 허용한다고 밝히면서다.

로이터는 선박 추적 데이터를 근거로 컨테이너선·벌크선·유조선 등 약 20척이 걸프 해역에서 호르무즈 해협 출구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국적 유조선 1척이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를 싣고 해협을 빠져나간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해운업계에선 기뢰 위험과 이란 측 통항 조건 등을 이유로 해협 통항 정상화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이란 협상의 변수 중 하나로 거론돼 온 레바논 전선에선 일단 '10일 휴전'이 시작됐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미국의 중재 아래 미 동부 시간 16일 오후 5시(한국시간 17일 오전 6시)부터 휴전에 돌입했다.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번 휴전을 계기로 "영구 합의"를 추진하는 새 단계에 들어섰다며 이스라엘과의 직접 대화는 약함이나 양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위협 제거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어서 휴전의 지속 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단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일단 긴장 완화 쪽에 무게를 두고 반응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와 미·이란 협상 진전 관측에 국제유가는 이날 10% 넘게 급락했다.

다만 "중동 리스크가 실제 해소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많아 미·이란의 후속 협상과 호르무즈 통항의 실질적 정상화 여부에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