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상선 통항 '조건부' 허용…"IRGC 사전 조율 필요"

"미국 선박도 가능하나 군함은 여전히 통과 금지"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의 화물선. 2026.04.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당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통항 재개를 잇달아 확인한 가운데, 이란 측에서 "모든 선박의 통항을 허용하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의 사전 조율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날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 "모든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지만, 항해는 IRGC와 이란 항만해사청의 승인 아래 이란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항로로만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또 "군함 등 군사용 선박은 여전히 해협 통과가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특히 "미국 선박도 군함이 아닌 경우엔 해협 통과가 허용될 것"이라면서도 "통항 가능 항로는 이란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구역으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이란이 항행을 허용한 항로가 1970년대부터 국제 해운업계가 사용해 온 기존 통항분리방식(TSS) 항로를 포함하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X를 통해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통항을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한 이달 7일 이후에도 '레바논 전선은 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레바논 남부를 거점으로 하는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속해 이란과 레바논 측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이르면 19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이란의 2차 평화 협상을 앞두고 레바논 전선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던 중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미국의 중재로 미 동부 시간 16일 오후 5시(한국시간 17일 오전 6시)를 기해 열흘간 휴전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개방돼 사업과 완전한 통행 준비가 됐다"고 적었다. 다만 그는 뒤이어 올린 글에서 "이란과의 협상이 100% 완료될 때까지 이란에 대한 해군 봉쇄는 전면 유지된다"며 대이란 압박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도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의 합의안에 자국의 동결 자금 해제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트루스소셜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돈은 오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설명이다. 다만 실제 자금 해제 범위와 방식,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소식에 해운업계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이번 발표가 모든 상선의 항행 자유와 안전한 통항 원칙에 부합하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고, 주요 선사와 업계 단체들도 실제 운항 재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도 "호르무즈 일부 해역의 기뢰 위협이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평가해 해협 재개방 선언에도 불구하고 실제 항행 정상화까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소식에 이날 국제 유가는 급락하고 글로벌 증시는 상승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이날 11% 이상 떨어졌고, 시장은 중동 긴장 완화 가능성을 반영해 위험자산 선호를 키웠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