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 "中선박 빠져나가나 보는 중…안전확인 전엔 통항 자제"

휴전 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유조선 4척뿐
"해협 통과 방법 관련정보도 없어…원상회복 6개월 걸릴 수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한 가운데 유조선이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는 모습. 2026.03.0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선언에도 선박들이 휴전의 불확실성 탓에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주저하고 있다고 CNN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박 추적 서비스 마린트래픽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유조선 400척 이상, LPG운반선 34척, LNG운반선 19척 등이 페르시아만에 머물러 있다.

선박 데이터 분석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휴전 발효 이후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유조선 4척과 벌크선 6척에 불과하다.

이날 처음으로 이란 국적이 아닌 유조선인 가봉 국적 'MSG' 호가 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이 확인됐지만, 해협의 정상화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사들은 통과 시기·방법에 대한 이란 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태라며 해협 통행을 주저하고 있다.

세계 5위 해운사인 하팍로이드는 현재 페르시아만에 갇힌 컨테이너선 6척을 당분간 그대로 머물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닐스 하우프트 하팍로이드 대변인은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육상과 해상에 있는 직원들의 안전이다. 현재의 리스크 평가에 근거하여 해협 통과를 자제하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조건으로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가 여전히 위태롭다는 점도 이들이 해협 통행에 선뜻 나서기 어려워하는 이유다.

싱크탱크 국제에너지분석센터의 소장 조 맥모니글은 "선박 운영사들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람들은 정상화에 매우 신중할 것"이라고 CNN에 전했다.

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 7척이 대기 중이며, 이들 선박에는 약 1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실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내부적으로 해운사들은 페르시아만에서 선박을 안전하게 빼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기업 플렉스포트의 사네 만데르스 사장은 해운업계가 휴전 기간 해협을 통과하는 방법에 관해 "아무런 정보도 없다"며 이란 당국과도 접촉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만데르스 사장은 "기본적으로 다른 이들이 통행을 시험해 볼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중국 국적의 유조선과 선박들이 이 해역을 가장 먼저 시험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론 위도우스 세계해운협의회 전 의장은 선사들이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주체로부터 명시적인 승인"을 원한다며 "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승인 권한을 가진 주체가 정확히 누구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서비스 기업 이토로의 글로벌 시장 분석가 라르 아코너 역시 "휴전이 최악의 시나리오는 제거했지만, 이는 일시적이고 조건부일 뿐"이라며 선박 통행량이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란은 해협 인근 선박들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의 통과 허가를 받지 않을 경우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해협 통행을 계속 통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해협 통과 선박에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통행료 징수를 추진하며, 사실상 이 해협을 이란의 허가와 감독하에 통행이 이뤄지는 '관리형 수역'으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만약 그렇다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