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완전한 개방?…이란 "하루 12척만 통행료 내고 해협 통항"

WSJ "혁명수비대와 사전조율…통행료는 암호화폐나 위안화"
아랍 국가들 '국제해양법 위반' 주장하며 강력 반발

3월 10일(현지시간) 유조선 칼리스토호가 오만 무스카트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이란은 7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에 혁명수비대 해군으로부터 통과 허가를 받지 않을 경우 격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6.03.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직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하루 약 12척 선박만 통과시키겠다고 중재자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이들 선박에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랍 중재자들은 통과를 허용받은 하루 약 12척 선박들은 반드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조율을 거쳐야 하며, 통행료는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지불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7일 단 4척만이 해협을 통과했는데, 이는 전쟁 전 하루 100척 이상이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극히 적은 수치다. 선박 운영사들은 통행료가 약 일주일 전에 책정되며 선박 규모에 따라 다르다고 밝혔다. 200만 배럴의 석유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최대 200만 달러까지 지불해야 한다고 운영사와 선주들은 말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휴전 후 호르무즈 해협이 자유롭고 개방된 상태로 있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말한 것과 다른 상황이다.

이란이 중재자들에게 말한 것 중엔 통행료를 오만과 분할하겠다는 것도 있었다. 오만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에 반대했지만,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본 바 있어, 이 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란 국영 방송 IRNA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이미 새로운 해협 관리 계획을 승인했으며, 여기에는 통행료와 이란의 승인 절차가 포함돼 있다.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은 이란의 요구가 국제해양법, 특히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위배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법은 파나마 운하나 수에즈 운하처럼 인공 수로에는 통행료 부과를 허용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영국 해협·지브롤터 해협·말라카 해협 같은 자연 수로에는 요금을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전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새로운 협상 지렛대로 삼고 있다고 분석한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는 세계 시장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며, 외교 협상에 덜 의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렛대"라고 평가했다.

현재 이란의 해협 봉쇄는 이미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의 38%, 액화천연가스(LNG)의 19%를 처리했으며, 비료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헬륨 등 주요 화학물질도 이곳을 통해 운송됐다.

해협에서 발이 묶인 배들은 이란이나 현지 대리인으로부터 해협 통과 안전 여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해운 회사와 석유 회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선박을 해협으로 보내는 것을 보류하고, 휴전 상황이나 최종적으로 누가 해협을 통치하게 될지를 지켜보면서 할 가능성이 높다고 WSJ은 전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