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보다 훨씬 강력"…美 내부서도 호르무즈 해협 조기 개방에 회의론

"해협 봉쇄는 이란의 최고 협상카드…종전 후에도 통행세 체제 유지할 듯"
美지상군 투입 성공 가능성 낮아…잔존 미사일·드론 전력이 해협 위협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케슘 섬의 모습. 2023.12.1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사실상 봉쇄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 조기 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미 정보당국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이란이 가진 최고의 대미 협상 카드가 됐다며 이란이 해협을 이른 시기에 개방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란은 지난 2월 말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주요 석유·가스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섰다. 해협 봉쇄는 걸프 지역 석유·가스에 의존하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공급 위기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 지역에 석유를 의존하는 유럽·아시아 국가에 해협 재개방을 위한 군사 개입을 요구하는 한편, 이란을 거세게 압박하면 해협 재개방을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시간이 조금만 더 있다면, 우리는 손쉽게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석유를 확보해 거액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적었다.

한 백악관 관계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해협이 곧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전쟁 후 이란이 해협 통행을 규제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그러나 미 정보 당국이 작성한 최근 보고서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란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가 됐다고 보고 있다. 소식통 중 1명은 "이란이 해협에 대한 권력과 지렛대의 맛을 본 이상, 이를 금방 포기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군사 작전을 통한 해협 개방 방안도 위험성이 높다. 이란과 오만을 가르는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33km이지만, 선박 통행로는 양방향으로 각각 3km에 불과해 군사 공격에 취약하다.

미군이 지상 작전으로 이란 남부 해안과 섬들을 점령하더라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란 내륙 깊숙한 곳에서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해 미군을 공격하고 해협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자 알리 바에즈는 "미국이 이란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으려고 시도하다가 이란에 '대량 교란 무기'를 쥐여준 셈이 됐다"며 이란이 해협 봉쇄를 통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이 "핵무기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을 항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유지한 채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며 전후 재건 자금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일에는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에 대해 배럴당 약 1달러 수준의 비용을 걷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초대형 유조선(VLCC)이 약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은 한 척당 200만 달러(약 30억 원) 규모의 통행세 수익을 올리게 된다.

빌 번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2일 포린어페어스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란이 해협 봉쇄 능력을 활용해 미국과의 휴전 협상에서 "장기적인 억제력과 안전 보장"을 획득하는 한편, 통행료 징수 등 같은 "일부 직접적인 물질적 이득"을 얻으려 할 것이라며, "이 점이 현재 정말 어려운 협상 구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