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상전 대비 방어 강화·대규모 징병…어린이까지 동원한다

1980년대 이라크 전쟁식 총력전 재현…미군 상륙 대비해 기뢰 등 구축
혁명수비대, 대규모 자원병 모집 캠페인…검문소 근무 아동 사망 보고도

이란 하르그섬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란이 미국의 지상 침공 가능성에 대응해 최대 석유 수출 근거지인 하르그 섬 방어를 강화하고 아동을 포함한 대규모 동원령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천 명의 해병대와 공수부대를 중동에 배치하면서 실제 지상 작전 가능성이 커지자, 혁명 직후 혼란을 틈타 이라크가 침공해 온 1980년대 이라크 전쟁 당시와 유사한 대규모 동원령이 내려졌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하르그 섬을 방문한 뒤 유도미사일 시스템 강화, 해안 기뢰 매설, 시설 폭발물 설치 등 방어 조처를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은 섬 곳곳에 터널을 파고 미사일과 탄약을 배치했으며, 혁명수비대가 보유한 일인칭 시점(FPV) 드론은 미군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런던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 사남 바킬은 "이란은 미군 상륙을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비용이 크게 만들려 한다"며 "드론으로 먼저 공격한 뒤 보복 범위를 이웃 국가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가 2월 16일(현지시간) 촬영한 사진에서는 이란 남부에서 IRGC 대원들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2026.02.16. ⓒ 로이터=뉴스1

전문가들은 이란군의 대부분은 훈련이 부족하고, 무기도 수십 년 된 구식 장비인 경우가 많지만, 산악 지형이라는 이점과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비대칭 전투에서 지역 민병대와 오랫동안 협력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고 본다.

게다가 해안에 배치된 병력은 내륙 병력보다 무력 작전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사일, 어뢰, 기뢰로 무장한 수백 척의 소형 고속정을 보유한 혁명수비대 해군은 수년간 페르시아만에서 선박들을 괴롭혀 왔다.

미국의 가장 유력한 지상 작전은 하르그섬 침공, 또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아부무사 섬과 같은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섬들을 점령하거나, 특수부대를 동원하여 이란의 농축 우라늄 저장고를 탈취하는 작전 등이다.

페르시아만에서 복무했던 영국 해군 장교 출신 크리스 롱은 이란이 이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의 케슘 섬이나 하르그에서 가장 가까운 해안 항구인 부셰르에 있는 군사 기지에서 탄도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발사 장소가 이 두 곳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르시아만 섬에 있는 미군을 겨냥한 미사일은 이란의 거의 모든 곳에서 발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거리상으로 충분한 데다가 미군이 이란 본토까지는 장악하지 못하므로 발사 거점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글렙 이리소프 전 러시아 공군 장교도 "어중간한 대책은 없다"며 "미국은 최소 10만 명 이상을 해안선 전체에 상륙시켜야 방어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미군은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년 8월 2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해군 고속정이 아부 무사 섬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3.8.2. ⓒ 뉴스1 ⓒ 로이터=뉴스1

이란은 지상전에 대비, 국내에서도 통제 강화를 시작했다. 한 이스파한 주민은 "복면을 쓴 보안군이 도심과 인근 지역에 새 검문소를 설치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지난달 29일 '잔파다(희생)'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시작해 자원병을 모집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이를 통해 12세 아동까지 모집했는데 요리·의료 지원, 검문소 근무에 동원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뉴라인스 전략정책연구소를 비롯한 군사 분석가들은 이란이 약 100만 명의 현역 및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그중 약 19만 명은 혁명수비대 소속의 열정적인 전투원이다. 모집 활동에 얼마나 많은 이란인이 참여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혁명수비대 산하 파르스 통신은 지금까지 수백만 명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방부 산하 언론사인 데파 프레스는 히잡을 쓴 십대 소년과 소녀가 환하게 웃는 사진이 담긴 모집 포스터를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인 이란 인권 활동가 협회는 검문소 근무 중인 어린이들이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라힘 나달리 혁명수비대 문화예술 부국장은 "국민의 열렬한 호응에 따라 누구나 자신의 전문성과 능력에 맞게 조국 방어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