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표적사살에 AI기술 적극활용…"방대한 수집정보 종합"

통화·CCTV·결제시스템 등 침투해 데이터 확보…"AI 없었다면 효과 제한적"
수년간 이란과 사이버전쟁 거치며 역량 확대…이번 전쟁서 고위층 250명 암살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 테헤란의 하메네이 거처를 촬영한 에어버스 위성사진. 이란 당국은 1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고위 인사들의 사망을 인정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 후 다수의 이란 지도부 인사들을 사살하는 데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구축해 둔 사이버 침투 역량과 인공지능(AI) 기술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표적 사살 전문성과 경험을 고려해 이란과의 전쟁에서 지도부 제거 작전을 맡겼고, 이스라엘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하메네이의 정치·군사·핵 담당 고문인 알리 샴카니 전 최고국방회의 사무총장 등을 사살했다.

이스라엘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개전 후 250명 이상의 이란 고위 인사가 사망했다.

복수의 이스라엘 군·정보 고위 관계자들은 이란 지도부 제거 작전은 이스라엘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 온 암살 체계에 기반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이를 더욱 치명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관계자들은 공습 첫날인 지난달 28일 하메네이를 사살한 것에 대해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하메네이와 핵심 참모들을 의미하는 '그룹 오브 파이브'의 회동을 지난 1년간 추적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저녁으로 예정되어 있던 회동이 아침으로 변경됐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공격 시점을 조정했고, 2시간 거리에 있던 공군기지를 출발한 이스라엘 전투기가 지도부 시설을 공습했다고 WP는 설명했다. 이 작전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와 이스라엘군의 사이버 정보 조직인 8200부대가 주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사이버 전쟁 이후부터 오랫동안 이란 지도부 제거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 역량 향상에 주력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난 2020~2021년 이스라엘의 수도 정화 및 배수시스템과 이란의 샤히드 라자이 항구 등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주고받았고, 그 과정에서 당시 8200부대가 이란의 디지털 인프라 전반에 침투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전화 통화부터 교통 카메라, 내부 보안 시스템까지 침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시도했다"며 "공격 대상 중에는 이란군이 공격이나 봉기가 발생할 경우 위기 대응 본부 및 비상 대피소로 사용하기 위해 관리해 온 데이터베이스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테헤란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03.05 ⓒ AFP=뉴스1

이스라엘은 이후 이란 정권 내부 인사를 포섭해 정보원을 확대하고, 거리의 폐쇄회로(CC)TV, 결제 시스템, 인터넷 차단 지점 등 수천 개의 목표에 사이버 침투해 감시 능력을 강화했다.

이스라엘은 이렇게 수집된 다양한 테이터를 이란 지도부의 생활과 이동 경로에 대한 단서를 추출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비공개 AI 시스템으로 분석했고, 수개월 전 미리 설치해 둔 폭탄이나 아파트 창문으로 침투할 수 있는 무인기, 스텔스 전투기에서 발사된 초음속 미사일 등으로 표적을 사살했다고 WP는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의 침투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새로운 AI 플랫폼이 없었다면 효과가 제한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텔아비브 국가안보연구소(INSS) 이란 프로그램 책임자인 라즈 짐트도 "AI 발전은 과거에는 처리할 수 없었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란이 내부 통제를 위해 국가 전체의 통신 트래픽을 중앙 집중화된 허브를 거치도록 한 것도 오히려 이스라엘의 사이버 첩보 활동에 도움이 됐다.

한 서방 정보기관 출신 인사는 "이러한 구조는 은밀한 침투를 통해 경비 인력, 보좌관, 가족들이 주고받는 이메일과 메시지, 전화 통화를 대량으로 수집할 수 있는 강력한 관측 지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첩보 활동을 통한 표적 사살 역량은 지난해 이란 핵 시설 공습 때도 일부 드러났다고 WP는 전했다.

전직 이스라엘군 고위 인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3일 이스라엘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공군 사령관을 사살할 때 그가 사무실에서 인근 아파트로 이동하는 과정에 맞춰 비행 중인 미사일의 경로를 수정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