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공습에도 마트 멀쩡"…40년 갈고닦은 이란 '저항 경제'

유가 급등하며 반사이익…철강 등 비석유 수출로도 보완 가능
전쟁 장기화시 호르무즈 봉쇄로 식량 위기 발생 가능성 거론

2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 성직자가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카타르 매체 알아라비 TV 건물 근처를 걷고 있다. 2026.03.2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이 서방 제재에 맞서 40여년에 걸쳐 구축한 '저항 경제'(Resistance Economy)의 위력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파상 공세 속에 주목받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은 의약품, 자동차 부품, 백색 가전 등 수입이 어려운 품목을 자체 생산해 왔다. 발전소 수백 기는 전력망 파괴를 어렵게 하도록 전국에 분산 배치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집권기에는 제재를 우회하고 대체 무역로를 구축하며 수입 대체를 가속했는데, 특히 식량과 기계류를 대가로 받고 석유를 수출하는 '물물교환' 방식을 활용해 왔다.

이처럼 제재 속에서 외부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자급자족을 극대화해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이 '저항 경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습이 한달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이란이 비교적 건재하게 저항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오히려 현재 이란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국제 유가의 기준점이 되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가운데, 이란은 석유 수출을 통해 하루 1억 4000만 달러(약 2128억 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석유 외의 수입 파이프라인도 존재하며, 대표적인 비석유 수출품에는 철강이 있다.

영국 싱크탱크 부르스 앤 바자르 재단의 에스판디야르 바트만겔리지 대표는 "이란이 지난 회계연도에 70억 달러(약 10조 6000억 원) 상당의 철강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섰다"며 "석유에만 의존하지 않고 금속, 화학제품, 식품 등의 제품 수출로 월 20억 달러(약 3조 원)를 벌어들여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번 전쟁 이전부터 심각한 경제 위기로 대대적인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이란의 전직 경제 관리는 "경제에 대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1년간 지속되더라도 버텨낼 회복력이 있다"고 말했다.

바트만겔리지는 "이란 경제가 이 전쟁으로 인해 충격에 직면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이란 당국 입장에서 주요 과제는 정상적인 경제 운영이 아니다. 전시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민간 경제를 잠식할 여지는 많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상업 해운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육로를 통해 무역을 이어나갔고, 필수품 부족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슈퍼마켓 진열대도 비어 있지 않고, 신선 식품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수도 테헤란의 원유 저장고를 공습해 일시적으로 연료 부족이 발생했지만, 당국이 한 차례 휘발유 배급제를 실시하면서 연료 공급이 안정됐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호르무즈 봉쇄의 여파로 식량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란 당국은 국내에서 식량 악 80%를 자체 생산한다고 밝혔으나 농업·산업용 유지종자와 밀, 쌀, 사료용 대두, 옥수수, 기타 곡물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당 품목들은 이번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은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해 운송된다.

또 이란 신정 체제를 유지하던 연료 저장 시설, 가스 단지, 은행 등을 포함한 자체 인프라는 지난달 28일 개전 이후 큰 타격을 입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7일 이란의 주요 제철소 2곳이 폭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타격을 실행에 옮길 경우 경제 상황은 급속히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