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솔직한' 이란 대통령 아들의 전쟁일기…"일부 정치인 공황"
1년전부터 텔레그램에 일기…"전쟁 초기 전략회의 의견충돌도"
"걸프국 공격 너무 슬픈 일…국민에 권력 주라? 그건 무지한 망상"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아들이 전쟁과 이란 지도자들이 차례로 제거되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나 지도부 내부의 갈등 모습까지 솔직하게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아들인 44세의 유세프 페제시키안은 물리학 박사이자 대학교수로, 텔레그램 채널에 최소 1년 전부터 거의 매일 일기를 올리면서 전쟁의 이면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전달했다.
지난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반이스라엘 시위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잠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유세프도 그 시위 현장에 있었다.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이란 지도부는 모두 은신해 아들인 그조차 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잠깐이라도 시위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보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는 3월 초, 전쟁 6일째 되는 날 일기에 "일부 정치인들은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썼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전문가들과 정치 지도자들보다 더 강하고 회복력이 뛰어나다"며 "우리가 패배감을 느낄 때 패배가 찾아온다는 것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며, 자신과 그의 다른 두 형제자매가 대통령의 남은 2년 임기가 끝나 "모두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일기에 적었다.
유세프는 일기에 고위 관리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면서 표적 살해를 막는 것이 "이제는 명예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도·개혁파에 속하는 아버지와 다른 파벌과의 갈등도 그의 일기에는 엿보였다.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보좌관이기도 한 유세프는 전쟁 첫 주에 정부 관리들과 회의에 참석했던 일을 회상하며, 그 회의에서 전략에 대한 의견 차이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가장 심각한 의견 차이는 '얼마나 오래 싸워야 하는가?'라는 것"이라고 썼다. "영원히? 이스라엘이 파괴되고 미국이 철수할 때까지? 이란이 완전히 멸망하고 우리가 항복할 때까지? 우리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고 일기에 적었다.
친구나 지인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도 전쟁에 관한 메시지를 계속 받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때때로 "항복하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라는 메시지"를 받는다고 했는데, 그는 이러한 생각을 "무지하고 망상적인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아랍 국가들을 공격하는 것이 역효과를 낳을까 우려한다고 적었다. "우방국의 미군 기지를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슬픈 일"이라며 "그들이 우리의 상황을 이해해 줄지 모르겠다"고 울적하게 썼다.
유세프는 또한 지난 7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랍 국가들에 대한 공습에 대해 사과하고 공습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아버지를 강력하게 옹호했다. 보수파와 군 지휘관들은 이 사과에 격렬하게 반발했고, 대통령의 공습 중단 약속은 몇 시간 만에 철회됐다.
그는 영상 메시지에서 "이웃에게 사과하는 것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 윤리적 의무"라고 말했다. 또 페르시아만 아랍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잘못이 없으며, 전쟁으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휴전 협상을 끌어낼 수 있는 인물로 여겨졌던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 암살되자 유세프는 사망 소식을 "믿고 싶지 않았다"며 "적에게 또 다른 암살 기회를 허용해서는 안 됐다"고 썼다.
최고위 지도부를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권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세프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표적 살해를 중단하지 못하면 "이란이 전쟁에서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개인적인 삶에 대한 몇 가지 일화도 공유했다. 한번은 어떤 주소로 오라는 정체불명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공포에 질렸는데 보안 담당자에게 확인해 보니, 친구들이 라마단 금식을 깨는 이프타르(금식 후 식사)를 함께하자는 초대였다는 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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