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기름'에 이어 '물' 노린다…담수화 시설 파괴되면 걸프국 '생존 위기'
중동, 담수화 시설에서 식수 40~90% 공급…담수화 시설 공격에 특히 더 취약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4주째에 접어드는 이란 전쟁 과정에서 해수 담수화 시설이 주요 공격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AFP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이란군 통합 작전 지휘본부 하탐 알 안비야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는다면 발전소를 파괴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반관영 타스님통신을 통해 "만약 적에 의해 이란의 연료 및 에너지 인프라가 공격받을 경우, 해당 지역 내 미국과 이스라엘 정권 소유의 모든 에너지, 정보 기술(IT), 담수화 시설이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군은 이번 성명에서 기존 공습 대상으로 삼았던 에너지 시설에 이어 '담수화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언급했다.
건조 기후대에 속한 중동 국가들은 해수 담수화 시설을 통해 식수와 산업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전 세계 담수화 시설 용량의 42%가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다. 2022년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식수의 42%, 사우디아라비아 70%, 오만 86%, 쿠웨이트 90%를 담수화된 물이 담당하고 있다.
이에 중동에서는 걸프 국가들의 담수화 시설이 이란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자원 경제학자 에스테르 크라우저-델부르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수자원을 감히 공격하는 첫 번째 진영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전쟁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란은 지난 8일 바레인의 해수 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일부 시설을 손상했다. 바레인 당국은 이란의 공격이 물 공급이나 생산 용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 하루 전 바레인 내 기지를 이용해 이란 남부 케슘섬의 담수화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중동 국가들의 담수화 시설을 공격하게 되면, 산업용수 부족 등 경제적 가치를 넘어 UAE 두바이·사우디 리야드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지역의 인도주의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
크라우저-델부르는 "담수화된 물이 없다면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며 담수화 시설이 파괴될 경우 "대도시에서 엑소더스(대탈출)가 발생하거나 배급제가 실시되는 상황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수 담수화 시설이 방어에 취약한 지역에 주로 자리 잡는다는 점도 문제다. 해수 담수화 시설은 해수를 직접 취수해야 하므로 해안선을 따라 얇고 넓게 펼쳐진 공간에서 건설된다. 이들 시설은 펌프와 취수 시스템에 약간의 물리적 손상만 입어도 장기간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는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전력은 걸프·아랍 지역에서 부족하고 매우 중요한 자원인 물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며 "물 공급 차질은 세계에서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국가들의 일상생활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해수 담수화 기업 베올리아의 아프리카·중동 지역 책임자 필립 부르도는 "일부 국가에서는 미사일·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당국이 미사일 포대를 배치했다"면서도 대부분 시설이 2~7일치 물 비축량을 보유해 단기적인 물 부족을 예방할 수 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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