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유수출 '심장' 카르그섬…美·이스라엘 타깃서 빠진 이유

원유 수출 90% 담당하는 핵심 터미널…전쟁 속 정상 운영
공격 시 이란 경제 치명타…유가 급등 부채질·확전 우려도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자리한 호르무즈 해협의 지도.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된 원유를 전 세계로 운송하는 핵심 경로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은 전 세계 소비량의 약 20%다. 2025.6.2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카르그섬이 공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르시아만 북부에 위치한 카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이뤄지는 곳으로, 이란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핵심 시설로 여겨진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르그섬을 통한 원유 수출은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 피해도 보지 않았다.

유조선 추적 플랫폼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에도 여러 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이곳에서 원유를 실어 나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해안에서 약 25㎞ 떨어진 카르그섬은 길이 수 ㎞ 규모의 작은 산호섬이지만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터미널로 기능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 석유회사 아모코가 터미널 시설을 건설한 이후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할 수 있다.

이란 해안 대부분이 수심이 얕아 초대형 유조선이 접안하기 어려운 탓에 카르그섬이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이란이 해외로 판매하는 원유 10배럴 가운데 9배럴이 이 섬에서 선적된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카르그섬은 이란의 약점으로 꼽힌다. 리처드 네퓨 전 미 국무부 이란 담당 부특사는 "이곳이 없으면 이란 경제는 사실상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 구조 역시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 섬 남쪽에는 대형 원유 저장탱크 수십 개가 밀집해 있고, 초대형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도록 긴 부두가 바다로 뻗어 있다. 근로자 숙소와 본토를 연결하는 소규모 활주로도 있다. 해저 파이프라인은 이란 주요 유전과 연결된다.

이같은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카르그섬은 과거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집중 폭격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직 이곳을 공격하지 않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카르그섬 공격이 전쟁을 크게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네퓨 연구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카르그섬을 공격할 경우 이란이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석유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공격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또 정권 교체가 (미국의 뜻대로) 성공할 경우 후임 정부의 경제 기반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12일 전쟁 당시에도 이같은 이유로 카르그섬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카르그섬 공격은 또 국제 유가에도 타격이다. 이미 이란이 지난주 인접국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격한 데 이어 이스라엘도 이란의 주요 연료 저장소를 공격하면서 국제 석유 및 가스 시장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FT는 이 때문에 미국은 오랫동안 카르그섬 공격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설정해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전쟁에서 이 중요한 수출 거점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이란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군사 및 핵 목표물을 넘어 미국의 폭격 작전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며 새로운 '지역과 집단'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카르그섬 관련 전략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