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은 네타냐후 기획…트럼프 '우쭐 본능' 자극해 끌어들였다"

美 내부 여론전보다 '트럼프 집중공략' 주효
"전쟁 장기화땐 총리 스스로도 역풍 못 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도착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2025.12.29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전략이 이란 정권을 붕괴 위기로 몰아넣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집중 설득해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에 미국을 끌어들였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국과의 작전은 이스라엘을 군사 강국으로 만들고, 중동의 전략적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이란의 위협은 이스라엘의 문제를 넘어 미국의 문제라고 주장해 온 네타냐후 총리에게 놀라운 성공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정권을 흔들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랫동안 중동에서 미국의 역할을 위해 케이블 뉴스 등에 출연하며 미국 내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후 여론보다는 트럼프 대통령 한 명에게 집중했다.

그는 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하고,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으며, 이란에 맞설 수 있었던 동력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했다. 또한 TV 인터뷰와 공개 발언 등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린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의 영상과 사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를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한 공군기지 영상에서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우리 두 사람 사이의 협력에 대해 나의 친구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며 "신의 뜻이 있다면 우리는 함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네타냐후의 이러한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에서 중동 문제를 담당했던 다니엘 샤피로는 "그(네타냐후)는 트럼프를 설득하고 협력하며 치켜세우는 방법을 알아냈고, 그 방식은 자신의 목표를 추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2024년 4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막아낸 후 중동 질서 재편에 대해 논의했고 "2년이 지난 지금 꽤 가까이 왔다"며 "일부는 운이었고, 일부는 적들의 실수와 오판 때문이었지만 상당 부분은 트럼프와 협력을 통해 계속 밀어붙이려는 네타냐후의 의지 덕분이었다"고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29. ⓒ 로이터=뉴스1

전·현직 미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개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참전을 이끈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오피르 아쿠니스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는 네타냐후 총리가 오랫동안 처칠을 모델로 삼아왔다며 그의 연설에는 처칠이 전시 때 사용했던 표현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전략을 성공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을 비롯해 미국 내에서 이란과의 전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이란 정권이 붕괴되지 않고 미국이 이라크 전쟁 때처럼 장기간 분쟁에 휘말릴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네타냐후 총리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아비브 부신스키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다"며 "정권이 무너지지 않으면 비비(네타냐후)가 승리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란 정권이 붕괴하더라도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질 경우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네타냐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 이스라엘 내 분열이 심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대계 이스라엘 국민 중 74%가 이란 분쟁을 관리할 인물로 네타냐후 총리를 신뢰한다고 답한 반면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 중에선 16%에 그쳤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베니 모리스는 "그는 형편없는 지도자다. 그는 나라를 서로 적대하는 사회적 조각들로 갈라놓았다"며 국내 정치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들이 이란 문제에 대한 성과보다 더 크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오렌 전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총선에서 패배한 것을 언급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에서 이기고도 선거에서 질 수 있다"며 "사람들은 다른 문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