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대거 폭사에도 버티는 이란 신정…'다층 권력구조' 위력

하메네이 사망에도 군·경 통제력 유지…봉기나 내란 징후 없어
'지도부 제거' 대비 여러단계 승계구조…'분산 구조' 軍 독립작전 가능

레바논의 친이란 시위에서 하메네이 죽음을 애도하는 참가자들. 2026.03.0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핵심 정치·군사 지도부가 대거 사망했지만 정권 자체는 예상보다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체제가 지도부 제거 공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된 다층 권력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유럽과 아랍 국가 관계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현재까지 정권 내부에서 대규모 이탈이나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는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고위 관료는 "체제에 균열이 생기거나 이탈하는 징후는 전혀 없다"며 "통제는 완벽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번 공습이 이날까지 엿새째 접어들며 공습은 중동 12개국으로 확산됐지만 내부 치안 조직도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준군사조직인 바시지 민병대와 경찰은 도시 곳곳에서 순찰을 강화하며 체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은 이란의 군사 및 정치 지휘 체계가 견고한 이유는 지도부 공백에 대비해 구축한 '다층적 시스템' 때문이라고 말한다. 핵심 인사가 제거될 경우 즉시 대체할 수 있도록 여러 인물을 사전에 지정해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공습 첫날 아지즈 나시르자데 국방장관이 사망하자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틀 뒤인 지난 2일 마지드 에브넬레자를 임시 장관으로 임명하며 권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군 지휘 구조를 재편한 것도 영향이 있다.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일 인터뷰에서 이란 군부대들이 서로 '분산된 상태'로 있으며 사전에 내려진 일반 지침에 따라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이같은 '지도부 제거 공격'에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직후 최초 공습 몇 시간 만에 보복 공격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지휘 체계가 상당 부분 온전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한 고위 아랍 관료는 분쟁 발발 직전 일부 중동 국가들은 하메네이의 사망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그들의 단결력에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번 공습으로 이란 지도부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란의 고위 지도자들은 모두 사망했다"며 "통치위원회도 사망하거나 실종됐거나 벙커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나흘이 넘는 기간 이란 영토 내에 2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방위군도 4000발 이상의 무기를 투하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얼마나 버틸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초기 보복 이후 이란의 공격 속도가 둔화되면서 탄약이 부족하거나 비축된 무기고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군사적 약세인 이란은 현재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럽 관료는 "이란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이길 수 없다"며 이란은 "비대칭 전쟁을 통해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혀 미국이 긴장 완화를 모색하도록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메네이 후계자 선정 절차는 담당 기구인 이슬람 성직자 88인의 전문가회의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으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국영 언론은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 투표가 원격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