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안부 궁금하지만 도청 두렵다"…애타는 국내 거주 이란인들
연락 끊긴 채 불안한 나날…"신분 노출돼 현지 가족 위험할까봐 걱정"
'군사시설만 폭격' 미·이스라엘 공습에 되레 '안도'…"온전한 자유 원해"
-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이란 정부의 인터넷 차단으로 가족과의 소통이 마비됐습니다. 닷새 동안 간신히 1번의 전화 통화만 성공했는데, 전화 도청으로 인해 현지 가족이 위험해질까 봐 생사 확인 등 최소한의 안부만 묻고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정말 답답하네요."
이는 울산에 살고 있는 이란인 A 씨가 5일 뉴스1과 만나서 한 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의 인터넷이 끊어지면서 울산에 사는 이란인들은 가족과 친지의 안부를 걱정하며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만난 이란인들은 하나같이 인터뷰 내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까봐 노심초사했다.
A 씨는 "많은 이란 사람들은 이번 공습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며 "스타링크(위성 인터넷) 등을 통해 이란의 소식을 파악한 결과, 이번 공습이 민간인이 아닌 이란 혁명수비대(IRGC) 등 군사와 보안 시설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달 이란 반정부 시위 때 혁명수비대의 잔혹한 진압으로 지인이 목숨을 잃었다"며 "수십 년간 이어진 정권의 인권 유린 탓에, 이란 국민들은 외부의 위협보다 내부의 탄압을 훨씬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내에도 이란 현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해, 우리의 발언이나 활동이 본국 당국에 신고될까 봐 늘 두려움을 안고 산다"면서도 "이란인의 간절한 희망은 국가 자원이 분쟁이 아닌 국민의 삶을 위해 쓰이고, 인권과 표현의 자유가 온전히 존중받는 '자유로운 이란'에서 사는 것"이라고 용기를 냈다.
이란인 B 씨는 "며칠간 아무 소식이 없어 불안에 떨었는데, 최근 가족이 제 한국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와 간신히 안전을 확인했다"면서도 "이란에서 피해를 보거나 목숨을 잃는 모든 사람이 내 가족처럼 느껴져 여전히 마음이 무겁고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B 씨는 "최근 개인적인 경사가 있었으나, 이란의 안타까운 상황 탓에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상태지만 한 걸음씩 다시 일어서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란인C 씨는 "현재 상황이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정치적이거나 지정학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현재 이란이 겪고 있는 위기는 이란인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C 씨는 또 "울산에서 일상을 이어가면서 이란의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이란인들끼리 서로를 지지하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버텨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인 D 씨는 이란의 인터넷이 끊기면서,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가족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울산에 이란인이 적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까 봐 언론 인터뷰조차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울산의 등록외국인 3만 6542명 가운데 이란인은 43명(0.11%)이다.
niw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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