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안부 궁금하지만 도청 두렵다"…애타는 국내 거주 이란인들

연락 끊긴 채 불안한 나날…"신분 노출돼 현지 가족 위험할까봐 걱정"
'군사시설만 폭격' 미·이스라엘 공습에 되레 '안도'…"온전한 자유 원해"

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한 승객이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두바이에서 대피한 이후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6.3.3 ⓒ 로이터=뉴스1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이란 정부의 인터넷 차단으로 가족과의 소통이 마비됐습니다. 닷새 동안 간신히 1번의 전화 통화만 성공했는데, 전화 도청으로 인해 현지 가족이 위험해질까 봐 생사 확인 등 최소한의 안부만 묻고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정말 답답하네요."

이는 울산에 살고 있는 이란인 A 씨가 5일 뉴스1과 만나서 한 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의 인터넷이 끊어지면서 울산에 사는 이란인들은 가족과 친지의 안부를 걱정하며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만난 이란인들은 하나같이 인터뷰 내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까봐 노심초사했다.

A 씨는 "많은 이란 사람들은 이번 공습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며 "스타링크(위성 인터넷) 등을 통해 이란의 소식을 파악한 결과, 이번 공습이 민간인이 아닌 이란 혁명수비대(IRGC) 등 군사와 보안 시설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달 이란 반정부 시위 때 혁명수비대의 잔혹한 진압으로 지인이 목숨을 잃었다"며 "수십 년간 이어진 정권의 인권 유린 탓에, 이란 국민들은 외부의 위협보다 내부의 탄압을 훨씬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내에도 이란 현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해, 우리의 발언이나 활동이 본국 당국에 신고될까 봐 늘 두려움을 안고 산다"면서도 "이란인의 간절한 희망은 국가 자원이 분쟁이 아닌 국민의 삶을 위해 쓰이고, 인권과 표현의 자유가 온전히 존중받는 '자유로운 이란'에서 사는 것"이라고 용기를 냈다.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구조대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6.03.03. ⓒ 로이터=뉴스1

이란인 B 씨는 "며칠간 아무 소식이 없어 불안에 떨었는데, 최근 가족이 제 한국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와 간신히 안전을 확인했다"면서도 "이란에서 피해를 보거나 목숨을 잃는 모든 사람이 내 가족처럼 느껴져 여전히 마음이 무겁고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B 씨는 "최근 개인적인 경사가 있었으나, 이란의 안타까운 상황 탓에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상태지만 한 걸음씩 다시 일어서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란인C 씨는 "현재 상황이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정치적이거나 지정학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현재 이란이 겪고 있는 위기는 이란인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C 씨는 또 "울산에서 일상을 이어가면서 이란의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이란인들끼리 서로를 지지하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버텨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인 D 씨는 이란의 인터넷이 끊기면서,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가족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울산에 이란인이 적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까 봐 언론 인터뷰조차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울산의 등록외국인 3만 6542명 가운데 이란인은 43명(0.11%)이다.

niwa@news1.kr